정부가 이달 안에 우리금융 매각 방안을 확정할 예정인데 이어,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인수 · 합병(M&A)을 통한 메가뱅크 출현 여부가 금융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다 산업은행 또한 민영화를 계기로 국내외 은행 인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은행 대형화 논의가 봇물을 이루면서 국내 금융산업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국내 은행 중 총자산이 가장 큰 우리은행(같은계열의 경남 · 광주은행 포함)이 세계 81위에 그칠 정도로 규모에 있어 국내 은행들은 아직 초라하기 짝이 없다.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은행들과 어깨를 겨루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대형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다만 은행 대형화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그 추진에 있어 꼭 유념(留念)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단순히 덩치만을 키우는 인수 · 합병은 독과점의 폐해를 낳고 금융산업의 시스템 리스크만 키울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의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형화를 규제하려는 볼커룰까지 논의되고 있는 게 선진국들의 추세이고 보면 대형화의 취지가 분명해야 하고 그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많다.

가장 시급한 게 경영합리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다. KB금융지주의 핵심인 국민은행만 해도 지난해 1인당 순이익이 2458만원으로 신한은행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국내 은행 전체로도 수익 기반이 취약하기 짝이 없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 수익의 4.8%(2009년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우물안 개구리식 영업에 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고객들만 대상으로 장사하는 은행의 수가 인수 · 합병으로 줄면 경쟁이 제한돼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려는 동기가 약화되고 중소기업 대출도 위축될 수 있다. 해외 업무를 획기적으로 확대하지 않는 대형화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금융에서도 삼성전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지만 삼성전자의 매출과 수익이 대부분 해외에서 창출된다는 점은 두말할 것도 없다. 대형화는 경쟁력이 뛰어난 강한 은행이 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하고 글로벌화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무엇보다 강조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