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인 중국에서 토종 기업인 톈위가 LG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서 주목받고 있다. 고객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저가에 발빠르게 공급한 것이 시장 점유율 확대의 비결로 평가된다.

16일 시장조사업체 AI에 따르면 톈위는 올해 1분기 중국에서 55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 시장 점유율 7.5%를 기록했다. 노키아(33.2%)와 삼성전자(24.9%)에 이은 3위의 실적이다. 톈위의 선전에 힘입어 한때 외국 브랜드가 9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토종 업체들의 점유율이 최근 30%를 넘어섰다.

톈위는 2002년 휴대폰 유통업자인 룽쉬우리가 베이징에서 창업한 회사다. 처음에는 수탁생산을 하다 2005년부터 'K-터치'라는 자체 브랜드로 생산을 시작했다. 'K-터치'는 3년 전인 2007년만 하더라도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1.2%에 불과했다. 그런데 짧은 기간에 이처럼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고객들의 기호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CCID컨설팅의 셰훙위 애널리스트는 "톈위는 항상 빠른 속도로 새로운 휴대폰을 생산해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 기회를 줬다"며 "톈위의 휴대폰이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톈위는 듀얼심카드 기능을 내장한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다. 이 기기는 사용자들이 기존 2세대폰의 전화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3세대(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나이가 많거나 시력이 좋지 않은 사용자들을 위해 글자 크기를 크게 만든 모델,명함 스캐너 기능을 내장한 모델,문자메시지를 큰 소리로 읽어주는 모델 등을 200달러 미만의 저가폰으로 내놓고 있다.

한 톈위 휴대폰 사용자는 "최근 'K-터치 E62' 모델 터치 스마트폰을 구입했는데 대만 HTC 제품인 '매직'과 디자인 및 기능이 유사했다"며 "그러나 가격은 117달러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매직'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이보다 3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톈위가 저가형 2세대폰으로 주로 수익을 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 형성될 3G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지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컨설팅업체인 BDA의 턴칸 클락 사장은 "중국 업체들은 3G 시장에서도 저가형에 집중하고 있어 시장 점유율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