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은행은 위험관리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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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금융 중심가인 '래플즈 플레이스'광장 주변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광장 한복판에는 눈에 띄는 대형 광고판이 있다. 영국계 글로벌 금융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이미지 광고다.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이기도 한 SC는 이곳에 아시아 · 태평양 지역 본사를 두고 있다.
네덜란드계 글로벌 금융그룹인 ING도 이곳에 아시아 · 태평양 지역 본사를 두고 있다. 두 회사가 입주한 빌딩은 걸어서 3분 거리로 광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 은행의 운명은 갈렸다. ING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100억유로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 있는 현지법인을 ANZ에 매각한 데 이어 아시아 프라이빗뱅킹(PB) 부문도 싱가포르 3대 은행 중 하나인 OCBC에 팔았다.
반면 SC는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분 후앗 리 SC 동남아지역 최고운영책임자는 "이익의 80% 이상이 아시아 · 중동 ·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의 영향이 덜했다"며 "앞으로도 영업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리 책임자는 또 "최근 그룹 차원에서 선포한 '이곳에서 영원히(Here for good)'슬로건처럼 단기 차익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은행의 사례에서 보듯이 은행이 성공하려면 위험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황이 나빠지는 것에 철저히 대비하고 손실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성장의 기회도 생긴다.
국내 은행들이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인수합병(M&A)에 부쩍 관심을 보이는 등 성장 · 확대 전략을 펴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위험관리에 더 철저해야 한다. M&A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위험관리가 제대로 안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ING 사례처럼 외부 수혈을 받아야 할 상황에 빠진다면 엄청난 구조조정을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부담은 결국 국민이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호기 싱가포르/경제부 기자 hglee@hankyung.com
네덜란드계 글로벌 금융그룹인 ING도 이곳에 아시아 · 태평양 지역 본사를 두고 있다. 두 회사가 입주한 빌딩은 걸어서 3분 거리로 광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 은행의 운명은 갈렸다. ING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100억유로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 있는 현지법인을 ANZ에 매각한 데 이어 아시아 프라이빗뱅킹(PB) 부문도 싱가포르 3대 은행 중 하나인 OCBC에 팔았다.
반면 SC는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분 후앗 리 SC 동남아지역 최고운영책임자는 "이익의 80% 이상이 아시아 · 중동 ·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의 영향이 덜했다"며 "앞으로도 영업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리 책임자는 또 "최근 그룹 차원에서 선포한 '이곳에서 영원히(Here for good)'슬로건처럼 단기 차익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은행의 사례에서 보듯이 은행이 성공하려면 위험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황이 나빠지는 것에 철저히 대비하고 손실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성장의 기회도 생긴다.
국내 은행들이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인수합병(M&A)에 부쩍 관심을 보이는 등 성장 · 확대 전략을 펴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위험관리에 더 철저해야 한다. M&A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위험관리가 제대로 안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ING 사례처럼 외부 수혈을 받아야 할 상황에 빠진다면 엄청난 구조조정을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부담은 결국 국민이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호기 싱가포르/경제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