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 기금의 '맏형' 격인 국민연금이 현재 10% 미만인 해외투자 비중을 2015년까지 2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2015년 말께 488조원에 이르게 될 국민연금의 전체 금액 중 10% 이상은 해외주식에,10% 미만은 해외채권에 투자하고 해외부동산 등 대체 투자 비중도 1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30조원 미만인 해외투자 금액을 5년 내에 100조원 이상으로 늘린다는 뜻이다.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 · 기금들도 잇달아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어디에 투자하나

연 · 기금들이 선호하는 해외 투자처는 주로 부동산이다. 임대료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고 호황이 왔을 때 가격 상승도 노릴 수 있어서다.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3억3300만달러짜리 빌딩을 새마을금고연합회 등과 함께 사들였다. 교직원공제회가 투자한 금액은 약 970억원.2026년까지 미국 금융사 웰스파고가 통째로 임차하는 알짜 매물이라는 판단하에 과감히 투자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은 지난달 일본의 부동산 개발업체 케네딕스를 통해 도쿄의 오피스 빌딩 2곳에 385억원을 투자했다.

국민연금은 투자 규모가 크다. 주로 5000억~1조원대 매물을 노리고 있다. 투자범위도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기업지분 등 다양하다.

국민연금은 내달 중 한 사모펀드를 통해 1조원 규모로 전해진 미국 석유 파이프라인 입찰에 응하기로 했다. 한때 미국 씨티은행 지분 매입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매각 중인 씨티은행 지분 일부를 4조~5조원가량 들여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전체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판단에 따라 포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왜 해외투자인가

국내 연 · 기금이 잇달아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는 이유는 "국내에 더 이상 투자할 만한 곳이 없어서"다. 국내 채권 수익률이 연 3~5% 수준에 불과하고 주식도 '대세 상승'을 기다리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부동산도 침체기를 겪고 있어 돈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알짜 부동산과 SOC 매물이 시장에 적잖이 나와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허대행 교직원공제회 해외사업팀장은 "국내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할 수 있는 SOC나 부동산 사업이 더 이상 많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금융위기 여파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미국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윤규 사학연금 자금운용단장은 "국고채 수익률이 연 4~5%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기금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연 · 기금들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세계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면 원화가치가 낮아지는 반면 해외 자산,특히 달러화 표시 자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원 · 에너지투자도 확대

연 · 기금들은 대표적 고위험 · 고수익 자산으로 분류되는 자원 · 에너지부문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군인공제회 사학연금 등은 지식경제부가 주도하는 해외자원개발펀드(한국투자증권 운용)에 300억~500억원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이와 별도로 직접투자 혹은 해외 연 · 기금과의 공동 투자를 구상하고 있다.

정부도 국무총리실 주도로 연 · 기금의 자원투자에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 수출보험공사는 전체 투자액의 10%를 보증비로 납부할 경우 사고가 나더라도 투자액의 85%까지 손실을 보전해 주는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자금 운용사나 연 · 기금 관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평가기간과 평가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곧 나올 전망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