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M&A…어윤대 '선공'에 이팔성 '느긋' 김승유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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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 '금융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진원지는 15일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다. 그는 "우리금융과 산업은행 인수에 관심 있으며 외환은행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금융이나 외환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하나금융지주가 분주해졌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인수 · 합병(M&A)은 해봐야 아는 것"이라며 금융빅뱅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몸값이 올라가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이팔성 회장은 "M&A 방식이든,분산매각 방식이든 빠른 민영화가 급선무"라며 은근히 반기는 모습이다. 금융계에서는 고려대 동문인 이들 3명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금융빅뱅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혁 꿈꾸는 어윤대 내정자
어윤대 내정자는 이날 오후 KB금융 회장에 내정되자마자 기자들과 만나 "당장은 경영합리화 및 효율화에 주력하되 우리금융 매각이 진행될 경우 조건을 보고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인수에도 관심이 있으나 외환은행엔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가 내건 기준은 사업다각화.우리금융은 비은행업종이 상대적으로 잘 발달돼 있다. 산업은행도 대우증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증권이나 투신사를 갖고 있지 않다. 은행에 편중돼 있는 KB금융의 사업다각화를 꾀하려면 우리금융이나 산업은행의 인수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물론 "경영합리화가 우선이고 대형화는 다음"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하지만 다음주 중 우리금융 매각공고가 나오면 입찰에 나설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어 내정자는 내년에 매물로 나올 산업은행 인수 의지도 분명히 해 그의 뜻대로 된다면 KB금융과 우리금융,산업은행을 합친 세계 50위권의 '메가뱅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감 보이는 김승유 회장
김승유 회장은 그동안 우리금융이나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김 회장은 1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여전히 관심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 내정자가 우리금융에 관심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M&A에 임하면서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니다"면서 "M&A는 해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KB금융과 맞붙어도 자신있다는 의지로 읽혔다.
김 회장은 현재 우리금융과 외환은행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과 합치면 좋지만 정부 지분이 변수다. 정부의 현재 우리금융 지분율(56.9%)을 유지한 채 합병할 경우 정부 지분율은 35%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은 정부가 우리금융 지분 일부를 우선 매각키로 하면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격이다. 김 회장은 얼마 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주당 1만7000원 받고 팔려는 것 같은데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인수의사를 밝힌 호주뉴질랜드은행(ANZ)과 MBK 파트너스 등이 주당 1만3000~1만4000원에 인수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환은행 인수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값이 싸졌기 때문이다.
◆빠른 민영화 강조하는 이팔성 회장
이팔성 회장은 우리금융이 피인수대상인 만큼 말을 조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다른 금융지주와 합병을 하든,과점주주에게 분산매각을 하든지 간에 빠른 민영화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분을 빨리 팔수만 있다면 어느 방법이든 괜찮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KB금융이나 하나금융과의 합병도 환영한다"며 "다만 현재 정부 지분을 유지한 채 합병하는 것은 절차적인 어려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양한 매각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빠른 민영화를 위해선 분산매각 블록세일 합병 등의 방법을 고루 사용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회장은 경남 · 광주은행을 분리매각하는 것에 대해선 "우리금융 매각에 도움이 된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 등 비은행 자회사를 분리매각하는 것에 대해선 기업가치를 훼손하게 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어 내정자와 김 회장,이 회장은 고려대 동문이다. 김 회장은 경영학과 61학번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동기다. 어 내정자는 경영학과 63학번으로 김 회장의 2년 후배다. 이 회장은 법대 63학번으로 어 내정자와 동기다. 세 사람은 평소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이 대통령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영춘/이태훈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