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어떤 게 나올까] 상한제 풀어 고급주택 수요 창출…DTI 완화가 최대 관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與 "금융규제 완화해야"
정부 "아직은 곤란…"
정부 "아직은 곤란…"
장기침체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금융위원회 간부는 물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 주택시장 점검회의를 잇따라 열고 있다. 정부는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민간 전문가들을 불러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어느 정도의 대책을 마련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상한제 일부 폐지로 시장심리 개선
정종환 국토부 장관이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손보겠다고 밝힌 것은 시장 침체에 대한 상황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는 그간 민간주택의 공급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많았다"고 말했다. 분양시장 및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게 아니라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하향 안정세라는 기존의 정부 시각과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상한제 폐지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야당은 부분 폐지에는 동조하는 분위기다.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전부 폐지는 안 되지만 건축비가 비싼 고급주택과 주상복합,지방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등은 배제해도 되지 않겠느냐"며 상한제 완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상한제 취지는 유지돼야 한다"면서도 "개인적 의견을 말하자면 건립 지역별,규모별로 조정하는 방안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토해양위원장인 송광호 한나라당 의원도 "한나라당 전체 논의가 필요하지만 정부 측 입장을 이해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장활성화 대안 모두 검토
정부는 현재의 시장 침체가 두 달가량 더 지속되면 향후 1년 이상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 미분양 해소와 주택거래 활성화를 큰 축으로 삼아 대책 마련을 숙의 중이다. 일단 지난 4 · 23 대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당시 지원대책의 요건을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 · 인천지역에는 6억원 이하이지만 전용 85㎡를 넘는 주택이 많은데 이런 주택을 사는 사람에게도 국민주택기금을 2억원 한도까지 빌려주는 것이다. 연 5.2%인 국민주택기금 대출 금리도 다자녀 가구 외에 추가로 0.5%포인트 인하해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아파트에 입주 못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관리처분신탁과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현물출자하는 쪽으로도 물꼬를 터줄 방침이다. 건설업계는 두 방법 모두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서 기존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고 있다.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는 리츠에 각종 세제 지원을 강화해 민간부문에서 자체적으로 미분양을 매입할 수 있는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금융회사들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들이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고려 대상 중 하나다. 정부는 대출규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정책수단은 검토해 본다는 원칙을 세우고 대책 강구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DTI (총부채상환비율)한도 완화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는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가 수도권 거래침체에서 비롯된 만큼 지방은 물론 서울을 제외한 경기 · 인천지역도 금융규제 완화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건설업계,"대출규제 완화해야"
건설업계는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일단 긍정적이다. 업계가 그동안 꾸준히 주장해 온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정책 입안자들이 인식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분양가 상한제 '일부 손질'만으로는 빈사상태인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엔 역부족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설업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 기회에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DTI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금융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값 하락이 거래부진을 낳고 거래부진이 집값의 추가 하락을 야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하기 위해서는 금융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동된 시각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집값이 폭락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만연한 상황에서 주택 매수세를 자극할 만한 뾰족한 대책도 별로 없지만 현 시점에서는 금융규제 완화만큼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진단했다.
건설업계는 세제혜택과 주택공급에 대한 규제 완화도 주문했다. 업계는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 혜택을 다시 실시하고,공공택지의 경우 건설사가 시장여건에 맞게 주택공급 평형과 가구 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방치할 경우 경기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조건부 대출규제 완화,공공주택 공급 조절,미분양주택에 대한 세제혜택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규호/김태철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