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펀드 수시공시 제도가 시행된지 채 일주일도 안돼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펀드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설정액 50억원 미만 펀드의 자연스런 퇴출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공시 시스템 미흡과 유관 기관의 준비소홀로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설정액 50억원 미만 펀드들의 설정액 현황과 수익률이 수시공시 형태로 제공되고 있지만 정작 펀드투자자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수시공시가 의무화된 이후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수백건의 공시가 물 밀듯이 밀려들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일일이 홈페이지를 찾아 공시 내용을 들여다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데다 일반펀드와 수익률 비교도 현재는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규모 펀드 수시공시는 펀드가입자들에게 설정액 50억원 미만 펀드의 임의해지 가능성을 사전에 알려주기 위한 것이지만 도입 목적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이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퇴출 가능성이 있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창구는 금투협 수시공시와 3개월마다 받아보는 운용보고서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시공시를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운용보고서를 받아보는 3개월간의 공백기에 퇴출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다는 맹점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신규 펀드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정리 대상이 될 펀드를 미리 피하기 위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제도보완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0대 직장인인 한 펀드투자자는 "소규모 펀드를 정리한다고 금융당국과 관계 기관이 야단법석만 떨었을 뿐 실제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당초 취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 같다"면서 "생활에 바쁜 투자자들이 수시공시를 어떻게 일일이 찾아야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지적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운용사나 판매사가 인터넷을 통해 공지하거나 개별 고객별로 이메일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도 "수시공시 대상 펀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금융감독원에 담당자를 보내 일일이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운용사 입장에서는 효율성 면에서 자투리 펀드를 정리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제도시행 과정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투협 관계자는 "일반펀드와 정리대상이 되는 소규모 펀드와의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도록 내달부터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며 "시행 초기라 일부 혼선도 있지만 조만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김다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