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스포츠 스타들의 눈부신 활약에 따른 '풍년'을 만끽하고 있다. 올해 초 동계올림픽에서 모태범,이상화,이승훈 선수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던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국민 여동생' 김연아 선수 역시 피겨 여왕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우리를 기쁘게 했다. 예전 한국 스포츠 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그들의 발랄함,여유,또는 세련미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리고 지난 주말 박지성 선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불안한 한 골 차이로 그리스를 이기고 있을 때 천금 같은 환상의 '쐐기골'을 넣었다. 박지성 선수 골에서 나타난 그의 노련함은 오직 최고의 무대인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세계적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톱 선수만이 발휘할 수 있는 면모를 입증했다.

이들 외에도 베이징올림픽에서 첫 수영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작년 미국 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호랑이'(타이거 우즈)를 잡은 양용은,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로 등극한 신지애,작년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에서 20-20클럽(20 홈런,20 도루) 기록에 성공한 추신수 등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간판 선수들이다.

아이콘의 종교적 어원은 예수 혹은 성인 같은 의인들의 상(像)이라는 뜻이다. 그 개념이 더 많은 대상에 쓰임에 따라 결국 모든 우상에게 아이콘이라는 말이 붙여지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아이콘들의 경우 의인 못지 않은 의미와 책임감이 부여될 수 있다.

스포츠는 정치나 경제보다 더 쉽게 국가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구심점이다. 스페인이나 프랑스의 유수 기업명을 그 나라 밖에서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테니스의 황제 나달 혹은 예술축구의 기수 지단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더 놀라운 점은 나달은 스페인 사람,지단은 프랑스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기업의 경우 외국인들은 국적을 잘못 알고 있을 때가 많은데 좋은 예로 삼성을 일본 기업으로 착각하는 유럽인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김연아와 박지성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은 전 세계인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도 이제 박지성,김연아,신지애 같은 스포츠 스타들을 국가 마케팅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려고 최근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가 하나의 큰 브랜드라고 간주했을 때 스포츠 스타들은 이 브랜드의 세부 연상 역할을 해준다. 기업에서 회사에 대한 일반 광고를 하면서 추가로 개별 상품을 다룬 광고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국가 홍보를 하면서 추가로 유명한 한국 선수들의 구체적인 상품성을 외국인들에게 더 각인시켜야 한다. 박지성은 한국의 성실성,김연아는 강인하면서 동시에 아름다울 수 있다는 측면,그리고 신지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한국인의 의지와 인내심을 상징할 수 있다.

우리에게 스포츠 스타가 다양하게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가마다 좋아하는 스포츠가 다르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 어필할 수 있는 스포츠와 스포츠 스타를 매칭시키는 노력을 꾀해야 한다. 가령 미국을 향한 마케팅에선 박지성보다는 김연아 또는 추신수가 더 임팩트가 있을 것이다.

필자가 강의할 때 즐겨 쓰는 말은 '광고만이 광고가 아니다'이다. 그 뜻은 광고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매체들이 아주 다양하다는 것이다.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수백,수천만명의 관심과 호감을 이끄는 한국의 스포츠 아이콘들,그들은 한국 브랜드의 가치를 전파할 수 있는 최고의 광고매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장대련 < 연세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