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어린 무용수들은 훈련이 잘 돼 있고 영리한데다 재능까지 넘칩니다. 춤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이고요. 발레에서 특히 중요한 신체 조건도 훌륭합니다. "

미국 오리건발레단의 어린이 무용수 전담 코치인 케빈 포(49)는 17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주 방한해 일주일간 한국예술영재교육원 발레반 학생들에게 발레 동작과 동선,라인 등을 지도했다.

이 학생들은 미국 오리건발레단과 조지발란신재단이 오는 8월15~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조지 발란신(1904~1983년)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에 출연한다.

원래 러시아에서 초연된 '호두까기 인형'이 크리스마스 가족 발레 공연으로 각광받게 된 것은 천재적인 안무가 조지 발란신 덕분이었다. '호두까기 인형'은 뉴욕시티발레단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그가 1954년 무대에 올리면서부터 유명해졌다.

마린스키 · 볼쇼이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선 약 70여명의 무용수가 등장하는 반면 발란신의 작품에는 어린 무용수 50여명을 포함해 총 100명이 공연한다. 마리 역도 성인 무용수가 연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발란신 작품은 초등학생 연령대의 무용수들이 마리와 오빠 프리츠,왕자 역할까지 맡는다.

케빈 포는 "호두까기 인형은 버전이 많은데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전통적인 것은 역시 발란신의 안무"라며 "한국 무용수들의 경우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실력과 승부욕,열정을 지니고 있어 올 여름 한국 관객들은 매우 아름답고 특별한 호두까기 인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발레가 서양의 춤이긴 하지만 한국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이 조만간 세계 무대에서 돋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리건발레단은 학업 등을 이유로 현지에서 어린이 무용수를 섭외한다. 국내에서는 9~16세 한국예술영재교육원 발레반 출신들이 거의 전원 참여했다. 일부 중학생이 끼어 있지만 대다수는 초등학생들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