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고 베팅하는 것은 '이변'이 있기 때문이다. 매번 실력대로,기량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로 스포츠 흥행의 일등공신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도 개막전을 시작으로 연일 이변이 나오고 있다.

16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남아공 더반의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H조의 스페인과 스위스가 맞붙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브라질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무적 함대' 스페인이 스위스에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했다. FIFA랭킹 24위 스위스는 랭킹 2위 스페인을 맞아 후반 6분 터진 젤송 페르난드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스위스는 역대 스페인과의 상대전적에서 3무15패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야말로 이변이요,징크스 탈출이다. 반면 월드컵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스페인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앞서 E조의 일본도 카메룬을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세계랭킹 19위 카메룬은 랭킹 45위인 일본을 맞아 승리를 따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일본은 혼다 게이스케의 결승골에 힘입어 월드컵 원정 첫 승리의 감격을 맛봤다.

15일에는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뉴질랜드가 '동유럽의 강호' 슬로바키아와 F조 리그 첫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뉴질랜드는 1-0으로 지고 있던 후반 추가 시간에 수비수 윈스턴 리드의 헤딩 동점골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최약체 중 하나로 평가받는 뉴질랜드가 FIFA랭킹 34위이자 유럽 예선에서 조 1위를 차지했던 슬로바키아와 비긴 것은 작은 이변으로 평가된다. 또 16일 새벽에는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나선 북한이 세계랭킹 1위이자 강력한 우승후보인 브라질과 맞서 선전한 끝에 1-2로 졌다. 이 게임은 이변이라고 할 수 없어도,예상치 못한 결과다.

11일 개막전으로 열린 남아공-멕시코 전에서 두 팀이 1-1로 비긴 것도 어찌 보면 이변이다. 멕시코의 세계랭킹이 17위인 반면 남아공은 83위로 32개 출전국 중 북한 다음으로 최하위였기 때문이다.

조별리그 후 16강,8강,4강 토너먼트에서도 이변은 계속될 것이고 이변이 많이 나올수록 축구팬들은 환호할 것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