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살리고 당뇨환자 돕고 돈도 벌고 '1석3조'죠"
"하루 17시간이 넘는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도통 피곤한 줄 모르겠어요. "

전북 완주군에서 농산물유통회사 '농부의 꿈'(www.dangjo.co.kr) 을 경영하는 김경술 사장(53)은 신품종 당조(糖調)고추를 팔면서 인구가 줄어가는 고향을 살리고 당뇨병 환자를 돕고 고수익도 얻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김 사장은 삼례면 신금리 990㎡ 규모의 고추선별장에서 직원 20여명과 함께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출하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완주 일대 150여 계약 농가에서 재배한 당조고추가 플라스틱 박스에 담겨오면 불량품을 골라낸 뒤 300g,500g 단위로 포장해 저온저장고에 보관한다. 김 사장은 17일 "이달 들어 하루 출하량이 평소 10배가량인 3000㎏으로 폭증하면서 직원을 8명에서 20명으로 늘렸지만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당조고추는 당뇨와 비만의 원인이 되는 탄수화물의 장내 흡수를 저하시키는 효소 'AGI'(α-glucosidase inhabitor)를 다량 함유(개당 평균 13g)한 신품종.강원대 원예연구소와 제일종묘농산(대표 박동복)에 의해 2008년 공동 개발됐다. 지난 1년간 농촌진흥청이 시범 재배한 뒤 농부의 꿈이 독점 생산 계약을 맺어 올해 초부터 출하에 나선 이 품종은 입소문을 타면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 들어 월 평균 매출은 8000만원 선.농협하나로마트와 롯데마트에 이어 이달부터 현대백화점 킴스마트 등으로 판로가 확대되면서 김 사장은 올해 100만㎏을 팔아 15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배면적을 33㏊로 늘려 내년부터는 국내 농산물유통회사 최초로 1000억원대 매출에 도전할 계획이다.

농민들도 고소득의 꿈에 부풀어 있다. 임순환씨(46 · 삼례면 하리)는 "화훼 경작지 8250㎡ 중 1650㎡에 당조고추를 심었는데 2개월여 만에 2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화훼에 비해 가격도 2~3배 높고 무엇보다 계약수매로 안정적 수입을 올릴 수 있어 내년부터는 재배면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2007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17년 동안 한국일기예보㈜,CNN증권방송을 운영해온 ARS 정보업체 사장이었다. 경쟁 업체들이 케이블TV,휴대폰 결제시스템 개발 등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고 사업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사업 구상에 몰두하던 중 종묘상을 운영하는 후배로부터 당조고추를 알게 돼 완주군에 소개했다. 죽마고우였던 임정엽 군수가 "회사를 경영했던 경험을 살려보라"고 권유한 게 전업의 계기가 됐다. 김 사장은 국비와 지방비로 2억원을 지원받고 본인도 1억원을 투자해 '농부의 꿈'을 세웠다.

완주의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되는 당조고추의 가격은 ㎏당 2만원.일반고추보다 서너 배 비싸지만 일본에서도 바이어가 찾아 올 정도로 구매자가 늘면서 연간 회원 등록자가 700명을 웃돌고 있다. "강원대에 이어 최근 전북대병원에서도 효과가 입증돼 농산물로는 드물게 보건복지가족부 자문을 받아 광고 문구에 '당뇨의 혈당을 떨어뜨리는 세계 최초의 기능성 고추'라는 효능을 표기하게 된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

김 사장은 "당조고추를 이용해 당뇨환자를 위한 김치 고추장을 출시하기 위해 현재 순창 고추장단지 업체들과 협의 중이며 AGI 성분이 함유된 고춧잎을 이용해 고춧잎차 생산에도 나서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해갈 계획"이라며 "장차 기능성 물질만을 추출해 판매하는 등 회사를 세계적인 친환경 기능성 농산물 회사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