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적용 59社 모두 원가모형 선택
IFRS에서는 기업들이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을 평가할 때 원가모형과 재평가모형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원가모형은 유형자산을 처음 샀을 때의 원가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다만 IFRS 도입 시 한 번에 한해 공정가치로 자산을 평가할 수 있게 하고 이 가격을 간주원가로 정하고 있다. 재평가모형은 주기적으로 유형자산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방식이다.
원가모형 도입 기업은 재평가모형으로의 전환이 가능하지만,재평가모형을 선택한 뒤 원가모형으로 돌아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변경된 방식으로 산출한 정보가 투자자에게 더 좋은 정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IFRS에서는 공정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평가모형을 도입하면 자산가격의 변동에 따라 재무제표상 숫자들이 함께 널뛸 수 있어 도입을 꺼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평가모형을 선택하면 3~4년 주기로 자산을 재평가해야 하고, 자산가치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때도 반드시 재평가하게 돼 있어 재무지표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부담 때문에 IFRS의 본산지인 유럽연합(EU)의 75개 대표회사 중에서도 재평가모형을 채택한 기업은 2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권성수 회계기준원 조사연구실장은 "현재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한다는 이점이 있지만 자산가격의 등락에 따라 기업가치도 흔들릴 수 있다는 측면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평가비용도 문제다. IFRS는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과 같은 항목에 속한 자산 중 하나라도 재평가하면 해당 항목에 속한 자산 전부를 재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IFRS를 도입한 듀오백코리아의 김해운 경영지원팀장은 "부채비율이 높지 않고 재무구조도 건전해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재평가모형을 선택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밝혔다.
유성신 KT&G 회계부 차장도 "100개가 넘는 사업장을 3~4년마다 평가하려면 비용 부담이 엄청나다"며 "자산가치가 불어나면 배당압력이 커질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