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스포츠의류 브랜드인 카파의 '컴뱃' 바지가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몸에 슬림하게 붙는 블랙 축구바지로 '제2의 교복'처럼 각광받는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2년 전만 해도 동대문시장에서 만원짜리 한장에 구입할 수 있던 싸구려 제품이었다.

작년부터 카파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서하브랜드네트웍스의 민복기 사장(49 )은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던 브랜드였다"고 털어놨다. 2008년 7월 민 사장이 이탈리아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당시 '카파'는 국내에선 이미 '맛이 간' 브랜드였던 것.그는 "당장의 이익만 생각해 기존 업체가 카파 라벨을 동대문 시장에 팔고 '블랙 마켓'으로 물량을 남발해 브랜드 가치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민 사장은 첫 3개월 동안 짝퉁 물량을 없애고 동대문시장에서 '땡처리'로 팔리는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가장 골칫거리였던 60억원어치의 악성재고도 떠안았다. 판매가격으론 2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물량이었지만 브랜드 관리를 위해 재고를 사들였던 것이다.

이 같은 정지작업을 마치고 지난해 1월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타깃도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학생층으로 잡았다. 그는 "스타일을 살린 슬림한 축구바지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히트 상품을 내놓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카파는 현재 백화점에서 바지가 7만~8만원,점퍼는 10만~20만원대에 팔리는 중 · 고가 브랜드로 되살아났다. 브랜드의 이미지가 살아나면서 카파 매장도 이달에 100호점을 돌파했다. 연말까지는 120개로 매장을 늘려 올해 7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민 사장은 또 토종 '캐포츠'(캐주얼+스포츠) 브랜드 'EXR'을 운영하는 이엑스알코리아,미국 캐주얼 신발 브랜드 '컨버스'를 운영하는 반고인터내셔날의 사장을 함께 맡고 있다. 카파와 마찬가지로 EXR과 컨버스도 백화점에 입점해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경쟁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나이키와 휠라에서 근무했던 그는 25년간 쌓아온 영업력을 통해 3연속 홈런을 날린 '미다스의 손'으로 평가받는다.

2005년 새로 론칭한 컨버스의 경우에도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예전 운영업체가 100만켤레를 땡처리 업자에게 넘겨놓은 상황이어서 브랜드 가치를 되살리는 데 1년이나 걸렸다. 민 사장이 잡은 타깃은 10~30대.디자인은 똑같아도 색깔별로 구입해 신발장을 채우는 마니아 고객층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컨버스는 지금까지 1600만켤레를 팔았고,매출도 작년 1900억원에서 올해는 210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30대를 겨냥해 2001년 선보인 EXR의 올해 매출 목표는 1700억원.

그가 유난히 신경쓰는 부분이 짝퉁 단속이다. EXR과 컨버스를 운영하면서 자체 법무팀을 강화하는 한편 '짝퉁 신고 포상제도'를 도입했다. 짝퉁제품을 어느 정도 통제해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