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급한 택지개발지구 내 연립주택 용지 약 100만㎡(30만평) 정도가 팔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립주택 용지엔 주로 고급 타운하우스가 들어서지만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수익성을 맞출 수 없어 건설사들이 외면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같은 인기 분양지역에서도 팔리지 않을 정도다.

◆연립주택 용지는 천덕꾸러기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서 미분양 상태인 연립주택 용지는 30여 필지 96만9000㎡(29만3100평)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LH 측은 택지개발 단계에 맞춰 순차적으로 용지공급 공고를 내고 있지만 최근 1년 동안 매각된 연립주택 용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립주택 용지가 냉대를 받는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다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수익성 맞추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연립주택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급화 · 차별화로 승부를 건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에 막혀 건설원가 이상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S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보다 28% 높게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평범한 연립주택밖에 짓지 못한다"며 "건설사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이런 땅을 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LH,월든힐스로 400억원 적자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성남)에 따르면 LH가 성남 판교신도시에서 분양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연립주택 '월든 힐스(300채)'가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보게 된 것도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이 있다. LH는 주거 유형 다양화를 유도하기 위해 판교신도시에 최고급 타운하우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었다. 한국판 베벌리힐스를 짓겠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이를 위해 2006년 2월 국제현상공모를 거쳐 미국의 마크 맥 등 세계적인 건축가 세 명에게 설계를 맡겼다. 문제는 2007년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이미 시작된 프로젝트를 중도에 멈추는 것이 불가능해 설계대로 최고급으로 집을 지었다. 특히 설계를 맡은 건축가들과 중간에 설계 등을 바꾸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해 품질을 낮추기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분양가(3.3㎡당 2000만원대 중반)를 적용할 수 없게 되면서 건축비로만 세대당 1억원씩 적자를 보게 됐다. 월든힐스의 분양가는 3.3㎡당 1882만~2010만원 선이다. 사업이익까지 고려하면 적자규모는 400억원에 달한다고 신 의원은 지적했다. 신 의원은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국민주택규모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유지하되 그외의 주택에 대해서는 분양가를 자율화해 다양한 주택수요를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