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또 손님이 계셨네."

임덕정 기아자동차 프랑스 판매법인장은 월드컵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는 파리 시청 앞 광장을 둘러보다 광장 인근에 세워진 '씨드(유럽 전략 차종)'를 보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차량 와이퍼에 끼워 넣었다. 명함 맨 윗줄에는 "자동차를 타 본 소감을 보내 주세요"라는 문구가 그의 이메일 주소와 함께 적혀 있다.

기아차 구매 고객에게 자신의 명함을 전달하는 것은 임 법인장의 오랜 습관이다. 거리에 세워진 기아차를 볼 때마다 명함을 끼워 넣다 보니 지난해 9월 부임이후 찍어낸 명함만 5000장에 달한다고 한다.

답신 메일 수도 매일 40~50통 정도 된다. 그중 절반가량은 "차를 잘 타고 있다"는 감사 메일이다. 기아차 파리법인과 거래를 트기 위한 광고성 메일도 20%가량 섞여 있다. 임 법인장이 주목하는 것은 불만이 담긴 나머지 30%다.

임 법인장은 "고객들이 차에 대해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는 게 자동차 영업맨의 기본"이라며 "호된 꾸지람을 담은 메일일수록 공을 들여 답장을 쓴다"고 한다. 또 "이메일 마케팅으로 팬 한 명을 만들면 그 사람이 수십명의 지인들에게 기아차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퍼뜨린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프랑스 자동차 업계에서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불린다. 르노,푸조,시트로앵 등 현지 브랜드가 점령하고 있는 프랑스 소형차 시장에서 꾸준히 두자리 수의 판매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기아차의 지난 1분기 프랑스 지역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전년 동기보다 자동차 수요가 11%가량 줄어든 지난달에도 전년 대비 32%라는 견조한 판매실적을 보였다.

정상권 프랑스 법인 마케팅 담당 차장은 "기아차를 팔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오는 프랑스 자동차 딜러들이 수두룩하다"며 "한국 기업 특유의 열정과 역동성이 프랑스 자동차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프랑스)=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