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 넘기만 하면 고개드는 '펀드 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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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이틀째 1000억대 이탈
환매 강도는 4월보다 약해
환매 강도는 4월보다 약해
코스피지수가 한 달 반 만에 1700선을 넘어서자 한동안 잠잠했던 펀드 환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아직까진 대량 환매사태를 빚었던 지난 4월에 비해 환매 강도가 세지는 않지만 코스피지수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환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량 환매가 코스피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재연되는 양상이다.
◆이달 들어 순유입은 하루뿐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4일 이후 처음으로 1700대에 복귀한 지난 16일(1705.33) 국내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ETF) 제외)에서는 1125억원(잠정 집계)이 순유출됐다. 국내 주식형펀드 순유출액은 지난 11일 148억원에 머물렀으나 14일엔 코스피지수가 1690선을 회복하자 855억원으로 급증했다. 15일엔 이달 들어 처음으로 1000억원대 순유출을 기록했고 16일까지 이틀 연속으로 1000억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환매 추세는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두드러졌다. 4월에만 총 1조5564억원이 순유출되며 펀드 대량 환매의 진앙지로 꼽혔던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16일 450억원이 순유출됐다. 삼성자산운용(345억원) 한국투신운용(301억원) KB자산운용(78억원)도 순유출 규모가 컸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주가가 상승하면 펀드 수익률이 올라 좋지만 동시에 환매 규모도 커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 따라가는 환매 규모
국내 주식형펀드는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로 '반토막 수익률'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이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상승함에 따라 원금 회복을 위한 환매에 나서면서 대량 환매에 시달려왔다. 코스피지수가 1752.20까지 상승했던 지난 4월에는 총 3조9768억원이 유출됐으며 불과 이틀간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1560.83까지 빠지면서 조정을 받자 저가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일단락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달에는 총 1조7114억원,하루 평균 901억원이 순유입됐다.
하지만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상승하자 상황이 또다시 바뀌었다. 이달에는 1일과 8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유출을 기록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4월 코스피지수가 1750선까지 상승했을 때 미처 환매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주가가 다시 상승하자 환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남유럽 리스크,중국 긴축 등 잠복한 악재가 많아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해 투자자들이 확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700선 위에서 들어온 돈 41조원
국내 주식형펀드의 하루 평균 순유출액은 이달 들어 350억원으로 4월(하루 평균 1808억원)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환매 강도가 아직까지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주가가 더 오를 경우 환매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1700선 이상에서 들어온 자금이 상당수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2년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지수가 1700선 이상일 때 들어온 자금 규모는 41조1099억원이다. 단순 계산상으로는 올해 들어 1700선 이상에서 4조원이 넘는 돈이 환매됐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은 아직까지 환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1700~1800선에서 들어온 펀드 자금의 절반 정도는 이미 환매가 일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1800선 이상의 지수대에서 유입된 자금은 여전히 묶여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증시에 주는 영향은 작지만 지수가 계속 올라가면 환매 규모가 커져 증시에 부담을 주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