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들이 탄소채권을 만들어 발행한다면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받는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보 드 보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사진)은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도국들은 탄소배출권을 줄이는 문제가 선진국 위주로 짜여져 있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며 "선진국과 개도국 간 시각차를 줄이고 양쪽이 모두 이익을 보기 위해 탄소채권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부터 사흘간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주최하는 세계연기금회의(Pension 80)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드 보어 총장이 말하는 탄소채권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현금 대신 탄소배출권을 지급하는 채권이다. 그는 "녹색성장 부문에 대한 투자는 일반적으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금융권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다"며 "탄소채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시장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후 변화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연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드 보어 총장은 "연기금은 투자 규모가 크고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있다"며 "전 세계 14조달러에 달하는 연기금이 이 분야에 투자할 경우 민간 부문 투자까지 이끌어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 변화 등 사회책임 부문에 대한 투자가 수익성이 낮으리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드 보어 총장은 "한국의 국민연금도 2006년부터 사회책임투자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평균 6%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며 "앞으로 화석연료가 고갈되면 신재생에너지 등 기후 변화 대응 분야에 대한 투자의 수익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양광 등에 대한 투자열풍이 불었던 것도 수익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드 보어 총장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1997년 교토의정서 협상 때부터 기후 변화 문제에 관여했다. 2006년 사무총장직에 오른 후 기후 변화의 글로벌 이슈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작년 12월 코펜하겐 회의가 사실상 성과를 내지 못하자 지난 2월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