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게스트 하우스 건설' 꿈…투자금 마련위해 매장 늘려
얼마 전,소호에 두 번째 가게를 계약했다. 소호는 패션숍이 밀집한 한국의 압구정 로데오 거리와 같다. 미국인들이 패션을 즐기기 위해 모이는 맨해튼,그 중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패션숍들이 즐비한 소호에 나의 두 번째 가게가 생긴 것이다.

3년 전 뉴욕에 왔을 때,당초 계획은 부동산 시장 투자였다. 미국은 집을 산 후 2년이 안 돼 높은 차액을 남기고 집을 팔더라도 1년 안에 다시 집을 사면 양도차액에 세금이 없다. 그만큼 부동산 투자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부동산 재테크하는 걸 두고 '투기'라고 몰아세우지 않는다. 나는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해 10년 뒤 뉴욕 한복판에 내 이름을 내건 게스트 하우스를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막상 부동산 투자를 하려다 보니 유동자금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돈을 모으면 은행에 묵혀둔다. 하지만 부자들은 금리가 5% 이하인 은행에 자기의 '보물'을 맡겨두지 않는다. 돈은 돌고 돌아야 한다는 것이 투자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예금보다는 대출을 활용하면서 건물 장사를 하며 자산을 불려갔다. 사업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대출을 십분 활용해 계속 재투자를 한 것이다.

맨해튼 37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액세서리 가게 '트렌디 코너'는 연 15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셔터맨을 자처하며 1년 동안 고생한 덕분에 매출액은 고공행진을 이어갔고,그 과정에서 나는 사업의 재미를 알았다. 더 많은 유동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체를 확장하기로 했다.

마이애미에도 시장조사를 다녀왔고,맨해튼의 소호 거리를 발품 팔며 알아보러 다녔다. 내가 가게 자리를 선택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역세권 코너이고,주변 상권에 브랜드 파워가 있는 가게들이 입점해 있어야 한다.

1년 전부터 유심히 지켜봤던 소호의 20평짜리 가게.그곳은 지하철 프린스 스테이션 인근에 위치했고,유명 브랜드가 입점해 상권 형성이 잘된 곳이다. 워낙 자리가 좋다 보니 지난 겨울에 임대가 나왔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미국의 상업용 가게들은 대부분 매매가 아닌 임대로 계약이 이뤄지며 렌트비도 상당히 비싼 편이다. 내가 주목한 가게도 렌트비를 1만2000달러 이상을 원했으나,나는 끈질지게 협상을 벌여 8000달러까지 다운해 계약을 성사시켰다. 경쟁자도 많았지만,결국 내가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건 높은 신용도 때문이었다.

투자를 할 경우 그 나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을 매입할 때 신용도를 엄격하게 심사하지 않는다. 등기부 등본을 떼어서 주택 담보 대출을 얼마나 받았나,집이 경매로 넘어간 적이 있는가 등만 확인한다. 일단 현금만 두둑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계약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인들의 마인드는 '너의 신용도가 높으면 얼마든지 계약할게"이다. 냉정하다 느낄 만큼 정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카드 값이 1달러만 연체되더라도 기록이 남는다. 세금을 몰라서 못 냈더라도 과징금을 내는 것뿐 아니라 신용도 점수도 깎인다. 그러니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호적에 빨간 줄 가는 것보다 신용도에 빨간 줄 가는 게 더 무섭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한다.

37가의 가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고,미국에서 부동산 투자를 꾸준히 하는 데다 은행과의 신용 거래가 우수하기 때문에 나는 한 달 안에 모든 계약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사업으로 성공해서 신용도를 쌓기 시작하면 1000만달러짜리 가게도 얼마든지 계약할 수 있다. 조그마한 가게 하나라도 성공시켜서 신용도를 높이면 큰 비즈니스 기회도 얼마든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뉴욕에 무일푼으로 와서 그렇게 성공한 한인이 많다.

나는 지금 두 번째 가게 오픈을 앞두고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 37가와 소호의 가게는 전혀 다른 인테리어와 제품의 컨셉트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사업은 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고,경쟁력 있는 컨셉트를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 나는 소호점에서 보여줄 독특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위해 하청 업체에 '스페셜 오더(맞춤 제작)'를 해놓은 상태다.

다음 달에는 '트렌디 코너'라는 간판을 바꾸려고 한다. 'MEAEBANG',예명인 방미와 본명(박미애)을 혼합해 만든 것으로 드디어 내 이름을 내걸기로 한 것이다. 글로벌한 나만의 브랜드를 키워나가기 위한 나의 첫 번째 시도다. 8월 말에는 웹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내가 가수로 20년 동안 활동했듯이 맨해튼에도 사업만 20년 동안 하며 잔뼈가 굵은 사람이 많다. 그런 사업가들 틈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모험에서 성공을 맛봤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월급사장이 아닌 직원들과 똑같이 일을 하고,경영뿐 아니라 시장 조사와 디자인 공부도 부지런히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은퇴 없이 평생 현역으로 살려면,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누구도 채워줄 수 없는 나만의 유니크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메모해 두었던 가게의 인테리어 컨셉트와 새로운 시도로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배짱이 나만의 무기다.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나는,나만의 유니크한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또 사업가로서의 경험도 다져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