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한국 길목에서] 박지성과 정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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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유니폼 달라도 같은 말 쓰는 한 핏줄
지방선거 표심 존중…편가르기부터 없애야
휴전선 얼음장 깨고 평화의 물소리 들려줘야"
지방선거 표심 존중…편가르기부터 없애야
휴전선 얼음장 깨고 평화의 물소리 들려줘야"
울려퍼지는 애국가의 가락이 다르고 국기의 무늬가 달라도 박지성과 정대세는 한 핏줄의 형제이다. 그래서 박지성이 넬슨 만델라 베이스타디움에서 성난 사자같이 달려가 그리스 골문에 자블라니를 차 넣을 때 정대세는 마음속으로 박수갈채를 보냈을 것이고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에서 정대세가 눈물을 흘릴 때 박지성의 눈시울도 젖어들었을 것이다.
70억 인류의 1%인 겨우 7000만 우리 겨레,그나마 국토 나뉘고 혈육 갈린 환갑을 훨씬 넘겼어도 아직도 겨눈 총부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세계 랭킹 47위의 한국과 105위의 북한이 월드컵 티켓을 함께 거머쥔 것만도 반갑고 자랑스럽기 그지없는데 예선 1차전에서 47위가 13위를 꺾는가 하면 105위가 1위와 맞서 밀리지 않는 용맹을 뿜어냈다. 새벽잠에서 깨어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를 지켜본 우리 국민들은 박지성을 앞세운 태극 영웅들에게 활화산처럼 터뜨렸던 '大!~한민국'을 정대세가 이끄는 북한 선수들에게도 쏟아부으며 승리를 빌었을 것이다.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 모국어의 두 아들 박지성과 정대세,아니 박지성과 정대세의 이름으로 세계의 열강들을 두렵게 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있어 한국의 미래는 한없이 밝고 오늘 7000만은 더없이 행복하다.
그런데 이 무슨 일인가.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쓰고 김치와 된장이 있어야 밥이 넘어가는 한 핏줄이 서로 갈려 굳게 닫힌 빗장을 풀지 못하는 아픔이 크거늘,남아공으로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을 때 유엔안보리에서 천안함 사건으로 낯을 붉히고 있어야 한다니!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이 몰표를 주고 사려고 했던 것은 경제였다. 민주화의 띠를 두르고 나온 정치 대통령이 아니라 더불어 잘사는 고른 민생을 북돋아주고 늘어나는 실업인구를 줄이며 국력을 높이는 최고경영자(CEO) 대통령이 돼 주리라 믿었던 것이다.
너무 높게 잡은 기대치에 마음의 무너짐도 비례하는 것일까! 6 · 2지방선거에서 정부와 여당은 혹독한 점수를 받았다. 4대강,세종시 등 밀어붙이기식 독주가 2년 전 만났던 후한 점수를 까먹는 데 한몫했겠지만 그보다는 표를 주고 손에 쥐려 했던 경제가 서민층의 살갗에 닿지 못하고 있음이 컸을 것이다.
그밖에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나는 그 가운데 남북관계를 들고 싶다. '안보가 곧 경제'라는 말은 역대 정권이 두고 쓰던 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곧바로 터진 금강산 사건으로 겨우 쌓아올린 남북 화해의 수은주는 급속히 떨어져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천안함 침몰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예고하게 됐다. 안보는 곧 평화다. 평화의 추가 흔들리면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 국민이나 대통령의 화두가 아니라 인류의 화두이기도 하다.
'세종시는 접고 4대강은 살리고'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냉전시대보다 더 두껍게 얼어붙은 휴전선의 얼음장을 깨고 임진강과 한강이 어우러져 흐르는 평화의 물소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경제이고 그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다.
승리는 부채이나 패배는 자산이라 했다. 이명박 정부의 전반기 성적표가 F로 나왔다면 후반기에 A학점을 받을 시간은 넉넉하다. 먼저 편가르기부터 없애야 한다. 박지성과 정대세가 입은 유니폼은 달라도 같은 한국인이듯 진보도 보수도 잘사는 나라 만들기는 한마음이 아닌가.
저 광장을 가득 메우고 '大 !~한민국'을 외치는 붉은 함성 속에 좌가 어디 있고 우가 어디 있으며 20대와 60대가 따로 있겠는가. 박지성 뒤에 수많은 박지성이 있고 정대세 뒤에 수많은 정대세가 있다. 김연아 박태환 장미란 계순희….
서울올림픽을 치르고 월드컵을 끌어들여 4강까지 오른 '大!~한민국',앞으로 어떤 큰일도 해낼 수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가 줄 가장 큰 선물은 전쟁이 아닌 평화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겨야 한다. 16강,8강….박지성의 이름으로 정대세의 이름으로,지금 우리는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다.
이근배 < 시인·대한민국예술원회원 >
70억 인류의 1%인 겨우 7000만 우리 겨레,그나마 국토 나뉘고 혈육 갈린 환갑을 훨씬 넘겼어도 아직도 겨눈 총부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세계 랭킹 47위의 한국과 105위의 북한이 월드컵 티켓을 함께 거머쥔 것만도 반갑고 자랑스럽기 그지없는데 예선 1차전에서 47위가 13위를 꺾는가 하면 105위가 1위와 맞서 밀리지 않는 용맹을 뿜어냈다. 새벽잠에서 깨어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를 지켜본 우리 국민들은 박지성을 앞세운 태극 영웅들에게 활화산처럼 터뜨렸던 '大!~한민국'을 정대세가 이끄는 북한 선수들에게도 쏟아부으며 승리를 빌었을 것이다.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 모국어의 두 아들 박지성과 정대세,아니 박지성과 정대세의 이름으로 세계의 열강들을 두렵게 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있어 한국의 미래는 한없이 밝고 오늘 7000만은 더없이 행복하다.
그런데 이 무슨 일인가.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쓰고 김치와 된장이 있어야 밥이 넘어가는 한 핏줄이 서로 갈려 굳게 닫힌 빗장을 풀지 못하는 아픔이 크거늘,남아공으로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을 때 유엔안보리에서 천안함 사건으로 낯을 붉히고 있어야 한다니!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이 몰표를 주고 사려고 했던 것은 경제였다. 민주화의 띠를 두르고 나온 정치 대통령이 아니라 더불어 잘사는 고른 민생을 북돋아주고 늘어나는 실업인구를 줄이며 국력을 높이는 최고경영자(CEO) 대통령이 돼 주리라 믿었던 것이다.
너무 높게 잡은 기대치에 마음의 무너짐도 비례하는 것일까! 6 · 2지방선거에서 정부와 여당은 혹독한 점수를 받았다. 4대강,세종시 등 밀어붙이기식 독주가 2년 전 만났던 후한 점수를 까먹는 데 한몫했겠지만 그보다는 표를 주고 손에 쥐려 했던 경제가 서민층의 살갗에 닿지 못하고 있음이 컸을 것이다.
그밖에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나는 그 가운데 남북관계를 들고 싶다. '안보가 곧 경제'라는 말은 역대 정권이 두고 쓰던 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곧바로 터진 금강산 사건으로 겨우 쌓아올린 남북 화해의 수은주는 급속히 떨어져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천안함 침몰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예고하게 됐다. 안보는 곧 평화다. 평화의 추가 흔들리면 경제가 살아나기 어렵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 국민이나 대통령의 화두가 아니라 인류의 화두이기도 하다.
'세종시는 접고 4대강은 살리고'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냉전시대보다 더 두껍게 얼어붙은 휴전선의 얼음장을 깨고 임진강과 한강이 어우러져 흐르는 평화의 물소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경제이고 그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다.
승리는 부채이나 패배는 자산이라 했다. 이명박 정부의 전반기 성적표가 F로 나왔다면 후반기에 A학점을 받을 시간은 넉넉하다. 먼저 편가르기부터 없애야 한다. 박지성과 정대세가 입은 유니폼은 달라도 같은 한국인이듯 진보도 보수도 잘사는 나라 만들기는 한마음이 아닌가.
저 광장을 가득 메우고 '大 !~한민국'을 외치는 붉은 함성 속에 좌가 어디 있고 우가 어디 있으며 20대와 60대가 따로 있겠는가. 박지성 뒤에 수많은 박지성이 있고 정대세 뒤에 수많은 정대세가 있다. 김연아 박태환 장미란 계순희….
서울올림픽을 치르고 월드컵을 끌어들여 4강까지 오른 '大!~한민국',앞으로 어떤 큰일도 해낼 수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가 줄 가장 큰 선물은 전쟁이 아닌 평화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겨야 한다. 16강,8강….박지성의 이름으로 정대세의 이름으로,지금 우리는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다.
이근배 < 시인·대한민국예술원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