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선 "바이오벤처 터닝포인트…상업화 9부 능선 넘은 신약 줄줄이 대기"
"메디포스트를 비롯해 한국의 선도 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신약 개발에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18일 "국내 바이오벤처기업들이 하나둘씩 실험실 연구과제였던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의 상용화를 위한 '터닝포인트'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대표는 "메디포스트 등 일부 바이오벤처기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며 "상업화의 9부 능선을 넘은 신약 후보 물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제대혈 1위 업체인 메디포스트가 개발 중인 첫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관절염치료제)'도 마지막 관문인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지난 10여년간 부침을 겪어왔다. 바이오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 열풍이 불어닥치는가 싶더니 곧바로 '거품' 논란이 불거졌다. 한동안 바이오업체들은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벤처캐피털업계는 신약을 개발 중인 바이오기업에 당장 '실적을 보여 달라'며 투자지갑을 사실상 닫았었다.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황우석 사건'도 바이오업계엔 잊고 싶은 과거다. 가령 메디포스트는 제대혈 은행으로 유명해졌지만,본업은 제대혈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이다.

황씨가 연구한 체세포 배아복제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는 아무 상관없는 사업 아이템.하지만 황우석 사건 당시에는 메디포스트를 비롯해 관계없는 수많은 바이오기업이 희생양이 됐다.

이에 대해 양 대표는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 첨단산업인 바이오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난치병의 열쇠는 바이오가 쥐고 있다"고 단언했다. 양 대표는 "진입장벽이 높고,한 개의 신약 개발로 창출할 어마어마한 부가가치 등을 고려할 때 바이오의 시장잠재력은 타 산업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바이오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제약산업의 열악한 인프라를 비롯 자금력에서 달리는 국내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양 대표는 "인프라와 자금력만의 싸움이라면 국내 기업은 도저히 승산이 없지만,바이오치료제 개발은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창의적 접근이 더 중요하다"며 "국내 정보기술(IT) 기반이 탄탄한 데다 우수 연구인력이 뒷받침되고 있는 점은 선진국에 비해 신약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저변"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바이오치료제 임상은 독성 등 안전성 측면보다 약효 확인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화학치료제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