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빠르게 좋아지면서 고용이 회복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한때 5%에 육박하던 공식 실업률은 4월부터 3%대로 안정되고 있으며 취업자 수도 매달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5월의 경우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8만6000명 증가해 8년 만에 최대를 보였다.

하지만 고용 지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평소 경기회복기에 보이는 패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상용직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일용직 근로자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임시직인 일용직 근로자들이 상용직으로 전환하면서 고용의 질(質)이 좋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용통계에 잡히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일용직에 고용되면서 국내 일용직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7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일용직 일자리를 상당 부분 대체하면서 통계에서 보이는 일용직 수가 줄어들었을 뿐"이라며 "길거리로 내몰리는 국내 일용직 근로자들의 고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 원장은 이 문제를 최근 열린 청와대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공식 제기했다.

◆일용직은 감소 추세

경기회복으로 고용이 지난 1월 바닥을 치고 서서히 개선되면서 전체 임금 근로자들도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월 임금 근로자는 1628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데 이어 3월에도 3.4% 증가했다. 4월과 5월에는 각각 3.9%,4.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상용직 근로자는 1월 6.7%(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데 이어 3월부터는 8%대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일용직 근로자는 올 들어 두 자릿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올해뿐만이 아니다. 상용직과 일용직 증감 현황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2007년부터 엇갈리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감소했던 상용직은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한 반면 일용직은 2007년 1분기 229만1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에는 169만9000명으로 줄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상용직뿐만 아니라 일용직 근로자도 같이 늘어난다. 최근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일용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들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경준 KDI 선임연구원은 "2007년 3월 외국인 방문취업제가 허용된 이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빠르게 유입돼 일용직을 채우고 있다"며 "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아닌데도 통계상 감소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가 통계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에 안 잡히는 외국인


외국인 근로자가 고용통계에서 빠지는 이유는 현행 고용통계 조사 방식의 한계에 있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통계는 가구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가구조사는 전국 3만2000가구를 표본으로 뽑아 각 지방통계청 조사 직원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면접을 통해 고용 상태를 파악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구조사를 쓰는 이유는 보통 한 가구에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있어 취업 상태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나라도 일반적으로 가구조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표본가구는 주택 유형과 자가 소유 여부,연령 및 성별,취업상태 등을 모두 반영해 추출하기 때문에 고용통계가 대표성을 갖는 데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구조사는 외국인의 경우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다. 유경준 연구원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대부분 가구를 형성하지 않고 집단 거주하기 때문에 애당초 표본에서 제외된다"며 "가구를 형성한다 하더라도 언어 문제로 면접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일용직은 빈곤층으로 전락

외국인 근로자가 고용통계에서 사실상 빠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국내 건설현장이나 도소매 · 숙박업에 광범위하게 포진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용 상황이 누락됨으로써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에 의해 일자리가 대체됨으로써 국내 일용직 근로자들의 실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 KDI가 외국인 근로자 유입으로 인한 파급 효과를 학력별 · 근무형태별로 분석한 결과 중졸 이하 저학력 일용직 근로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졸 이상 학력의 상용직 근로자들은 외국인에 의한 고용 대체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경준 연구원은 "국내 저학력 일용직 근로자들은 외국인 근로자로 급속히 대체되면서 비경제활동인구나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빈곤계층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이런 현상이 고용통계에서는 반영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고용통계 조사방식을 보완해 급증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용 현황을 반영하고 길거리로 내몰리는 저학력 일용직 근로자를 위한 취업능력 개발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