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일본 전국은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2003년 5월 발사한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가 7년 만에 지구로 무사 귀환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달에도 세계 최초로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금성탐사선 '이카로스'를 쏘아 올렸다. 우주 강국을 향한 일본의 꿈이 점차 무르익어가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1)는 하야부사 귀환 사흘 전인 10일 발사 137초 만에 공중 폭발했다. 지난해 6월 이후 두 번째 발사 실패다. 선진국들이 30~40년 전에 성공한 로켓 발사를 우리는 아직도 성공시키지 못해 우려와 자조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나로호 발사에 들어간 비용만도 5000억원이 넘는다.


◆300조원 우주 시장 잡아라

우주 개발은 전 세계 각국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과제다. 국가적 자존심 차원을 넘어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300조원의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주개발 경쟁의 출발점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었다. 하지만 이젠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첨단 성장 분야가 됐다.

2007년 전 세계 우주산업 매출은 1230억달러(약 148조원)였다. 2002년부터 연평균 11.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시장 규모는 2500억달러(약 3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전 세계 국가들이 앞다퉈 우주 개발 예산을 늘린 덕분이다.

우주산업은 위성체,발사체,지상장비,위성활용서비스 등 네 분야로 구분된다. 과거엔 인공위성과 로켓 발사체 분야가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엔 통신 방송 GPS(위성항법장치) 등 인공위성을 활용한 서비스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2002년 당시 이 분야는 전체 우주산업에서 40%를 차지했지만 2007년엔 그 비중이 60%로 올라섰다.


◆우주 개발 경쟁 가열

독자기술로 위성과 로켓을 개발해 자국에서 발사한 나라들인 '스페이스클럽'은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 등 9개국이다. 세계 열 번째 스페이스클럽 가입 티켓을 놓고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남아공 등이 경쟁하고 있다.

브라질은 남미 최대 우주연구소인 '인페'를 중심으로 자체 로켓 발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라질은 1997년부터 현재까지 7번 로켓을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2000년 이후부턴 스페이스클럽의 멤버인 중국과 우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지역 패권을 겨냥한 우주로켓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남아공 역시 인도와 우주 개발 분야에서 밀월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이 러시아와 손잡은 것처럼 우주산업 후발국과 선진국 간 동맹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클럽 선진국의 투자도 활발하다. 스페이스클럽에 속한 9개국 중 이스라엘을 제외한 8개국이 우주 개발 투자 규모 상위 10개국에 속해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2030년대 중반까지 우주인을 화성에 착륙시킨다는 '화성유인탐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향후 5년 동안 미국항공우주국(NASA) 예산으로 60억달러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2003년 세계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일본도 매년 10%씩 우주 개발 예산을 늘려가고 있다.


◆정부에서 민간으로 무게중심 이동

우주 개발 초기엔 정부 주도 개발이 대부분이었다. 고도의 첨단기술과 보안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민간 기업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전 세계 우주산업 매출 중 수주 기준으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수준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기업인 민간 분야에서 나온다.

미국의 보잉과 록히드 마틴이 대표적이다. 보잉은 위성체 발사로켓인 '델타'를 개발해 미 정부에 납품하는 세계 1위 우주산업 기업이다. 록히드 마틴도 '타이탄'과 '아틀라스' 등의 로켓을 개발하고 있으며 '보이저' '바이킹' 등의 우주탐사선을 정부에 공급하고 있다. 민간 상업용 로켓 개발도 활발하다. 지난 6일엔 미국 민간업체인 스페이스X가 개발한 로켓이 세계 최초로 시험발사에 성공하기도 했다. NASA는 향후 지구궤도 진입 및 우주정거장 유지 등은 민간 업체들에 맡긴다는 계획이어서 민간 분야 비중은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은 미쓰비시중공업과 NEC가 우주산업에 적극적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의 주요 로켓인 H-2A 발사체를 제작하고 있다.

위성 개발뿐 아니라 위성 활용을 통해 경영혁신에 나서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의 월마트가 1983년 자사의 원활한 물류 공급을 위해 인공위성까지 쏘아 올린 게 대표적이다. 월마트는 본사와 점포 간 조달정보 교환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자체 인공위성을 3대 소유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