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풍속에 남녀 할 것 없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매우 흠모하며 평범한 뱃사람이라도 왜인들이 다투어 초대하고,그 집에 이르면 술과 음식을 권하며 다정하고 성의가 있어서 중국 사람들을 대하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

1817년 11월 경주에서 배를 타고 전남 해남으로 향하다 표류해 일본으로 갔던 화순 쌍봉사의 화원승인 풍계 현정 스님이 남긴 《일본표해록》(김상현 옮김,동국대출판부 펴냄)에 나오는 내용이다. 약 8개월에 걸친 일본견문록을 담은 이 책에 실린 일본의 조선 표류민 처리와 일본인들의 복장과 음식,주택,조선에 대한 인식,공역 · 부역 이야기 등이 흥미롭다.

"들으니,왜녀(倭女)가 우리나라 사람과 정을 통하여 아이를 낳으면 그 나라에서 지극히 귀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왜녀들이 사사로이 정을 통하고자 한다. " "그 나라 법에 여자가 남자를 버리면 대죄가 되지만,절개를 잃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남편이 있는 여자가 간통을 하여 세 번 잡히면 간통한 남자를 죽음으로 논하고 그 여자는 벌하지 않는다. "

한문으로 기록된 이 책은 동국대 불교문화원이 '한글본 한국불교전서'를 발간하면서 한글세대와 만나게 됐다. '한국불교전서'는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스님들이 한문으로 남긴 불교전적 323편을 14권에 담은 것.동국대 불교문화원은 2020년까지 이를 200~300권의 한글본으로 번역해 낼 예정이며 이 중 《일본표해록》과 원측의 《인왕경소》 등 7권이 1차분으로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체 예산의 절반을 지원하는 '불교전서' 번역 작업에는 불교학자와 문 · 사 · 철(文史哲) 전공학자 등 6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