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연동 대출금리의 급격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코픽스(자금조달지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금리 변동성이 작아 금리상승기에 '잔액 기준 코픽스'가 유리한데도 은행들은 당장 내야 할 이자가 적다는 이유로 신규 기준 코픽스 연동대출을 주로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픽스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과 '잔액 기준' 두 가지가 있다. 신규 기준은 최근 1개월 이내의 은행자금조달 비용을 기준으로 하고,잔액 기준은 은행의 전체 자금조달 비용을 기준으로 한다. 이 때문에 신규 기준의 변동성이 잔액 기준보다 훨씬 크다. 신규 기준 코픽스는 지난 3월 3.88%에서 6월 2.89%로 약 1%포인트 떨어진 반면 잔액 기준 코픽스는 4.11%에서 3.95%로 0.16%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문제는 출구전략 시행이 임박해 하반기 금리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리인상에 부정적이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금리가 인상되면 변동성이 큰 신규 기준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금리가 낮은 신규 기준 대출을 주로 판매한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경우 신규 기준 코픽스 연동대출이 3만2140건으로 전체의 98%를 넘는다.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대출은 578건(1.7%)에 불과하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도 신규 기준 코픽스 연동대출은 4만185건,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대출은 1204건으로 잔액 기준이 2.9%밖에 되지 않는다. 신한은행도 70% 이상을 신규 기준 코픽스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을 더 많이 해주는 곳도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신규 기준이 3820건,잔액 기준이 9637건으로 잔액 기준이 71.6%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출구전략으로 금리가 오를 것 같아 본점에서 정책적으로 잔액 기준 금리가 금리상승기에 훨씬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해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이자부담이 크더라도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잘 홍보하면 고객 역시 현명하게 판단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재형 경제부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