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매년 두 번에 걸쳐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다. 12월 말에는 이듬해 연간 운용방향을,6월 말에는 하반기 운용방향을 제시한다. 향후 1년간,또는 6개월간 경제전망을 통해 어떤 기조로 경제정책을 펼 것인지를 보여주는 밑그림이다.

작년 6월 말 '200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키워드가 '친(親)서민'이었다. 금융위기 타격이 큰 서민층을 보듬자는 취지였다. 이후 정부는 서민생활 지원대책을 쏟아냈다.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작년 말 '2010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키워드로 내놓았다.

2010년의 반환점을 앞둔 이번 주 24일에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된다. 빠른 경기회복이라는 긍정적인 변수와 유럽 재정위기 등 부정적인 변수가 충돌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는 고민이 크다. 정책방향을 짜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은 요즘 밤을 새워가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큰 틀에서 거시 정책 기조는 종전대로 유지하되 '친서민 · 중도 실용'강화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6 · 2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반기 중점 추진과제의 절반 이상이 친서민 기조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금리인상을 포함한 출구전략 시행 여부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발언할 때마다 하반기 물가불안 우려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3분기 중 정책금리(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실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앞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학계 연구계는 물론 재계 관계자들까지 초청해 경제동향 간담회를 연다. 하반기 경제 전망 및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조언을 듣기 위한 자리다. 어떤 얘기들이 오고 갈지,간담회 이후 한은 정책 판단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주 나오는 경기지표 가운데선 25일 한은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눈길이 간다.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발표되는데 전달의 상승세를 이어갈지 관심이다. CSI가 100을 웃돌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뜻한다.

최근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군불때기'에 들어간 만큼 이번 주에도 어떤 얘기들이 나올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22일 예정된 한나라당과 정부 간 당정협의가 주목된다. 지난주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책 완화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반면 여당은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이견이 어떻게 조율될지 궁금하다.

26일(현지시간)부터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출구전략 공조,유럽 재정위기 해법 등이 주로 논의되지만 11월 서울 정상회의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인 만큼 뚜렷한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