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심장병 전문병원인 세종병원(원장 노영무)이 국제적인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세종병원 국제의료센터로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시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부시장의 정밀검진 비용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부시장 내외는 이달 중으로 VIP검진을 받기로 했다. 이는 세종병원이 지난해부터 하바로프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아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방글라데시에 공을 들인 결과다.

이 병원은 곧 하바로프스크의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맡을 예정이다. 극동지역 러시아인은 심장병을 비롯한 각종 내과합병질환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병원은 개원 후 28년 동안 쌓아온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이곳 사람들의 건강관리를 도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하바로프스크 남부지역 중 가장 큰 11시립병원(800병상)의 크라체프 표트르 원장,시립임상검진센터의 샤피로 에브게니 부원장이 다음 달 방한해 2주간 세종병원의 진료시스템을 둘러볼 계획이다.

병원 측은 해외 병원설명회에 나가 국제의료마케팅을 펼치는 데도 열심이다. 이 덕분에 지난해에는 160명,올해는 6월 초까지 108명(극동 및 중앙아시아인은 50명)의 외국인 환자가 찾아왔다. 특히 올 3월에는 국내 최초로 방글라데시를 찾아 의료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일반적으로 방글라데시는 최빈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체 인구(1억5355만명)의 6%가 상류층,10%가 중산층으로 매년 55만명이 싱가포르 및 영국(15만명),태국(10만명),인도(30만명) 등으로 나가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세종병원은 또 전문병원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의 'JCI 인증'을 받기 위해 관련 계획을 수립,추진 중이다. 현재 JCI 현장조사에 대비하기 위한 내부점검을 마쳤으며 다음 달 1차 현장조사단이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의 심뇌혈관센터'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에 따른 것으로 의료서비스의 품질과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인증받음으로써 글로벌 스탠더드 병원 대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원 측은 내년 하반기쯤 JCI 인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CI인증(3차 수정판)은 1214개의 모든 평가항목이 97점 이상을 받아야 획득할 수 있다. 1회용 솜 관리부터 첨단 수술에 이르는 모든 의료 서비스가 글로벌 기준에 맞춰 가장 안전하게 시행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인증이다. 현재 전 세계 150개 병원이,국내에서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 고려대 안암병원 · 화순전남대병원 · 가천의대 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 ·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이 이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의 의료보험사나 의료관광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때 신뢰감을 갖게 하는 유력한 증빙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세종병원은 지난 5월 말 심혈관조영촬영술 5만례를 달성했다. 1989년 이 시술을 시작한 지 20년 만에 이룩한 성과로 전문의료진이 첨단 심혈관조영기 4대로 하루에 약 20건의 시술을 시행한 결과다. 심혈관조영촬영술은 대퇴부의 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해 심장관상동맥에 협착이 된 부분을 찾아내고 좁아진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하거나 풍선을 불어넣어 넓히는 시술로 심장병 환자 급증에 따라 해마다 시술건수도 늘고 있다.

또 최단기간에 심장수술 2만례를 달성했다. 현재 연간 1300건의 개심 심장수술을 하고 있어 수술 건수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병원인 서울아산병원(1000건 안팎)과 서울대병원(900여건),세브란스병원(700~800여건) 등을 앞지르고 있다. 흔히 흉부외과 전문의는 1주에 2건의 심장수술을 실수 없이 해야 일정한 경지에 오르는 것으로 평가받는데 세종병원의 전문의 8명은 수술건수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고도 남는 임상경험을 갖고 있다.

이 병원이 이처럼 '작지만 강한 병원'으로 약진하는 이유는 1982년 개원 이후부터 줄곧 '심장질환 전문 치료병원'이라는 컨셉트로 한우물을 파왔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심장전문 의료진의 교육과 인프라에 아낌없는 투자해온 덕택이다. 그 결과 1987년 한국 최초로 인공심장을 개발했고 이를 송아지에게 이식해 45일간 생존시켰다. 1994년에는 민간 병원 최초로 심장이식수술에 성공했다. 심장수술 성공률은 99%에 육박해 국내 대학병원의 95~99%에 못지않은 수준이다. 삼성서울병원 건국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에 재직 중인 교수급 심장의료진 30명이 이곳을 거쳐갔다.

또 하나의 성공비결은 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각과 전문의들의 유기적인 협진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치료시간을 단축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도출하고 있다. 노영무 병원장은 "대다수 대학병원들이 환자를 다른 진료과에 뺏기지 않으려고 교수들마다 자신만의 치료법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러다보면 최적의 치료를 선택할 수 없어 환자도 불행해진다"며 "국내는 물론 미국의 유명병원을 다 가봤지만 세종병원만큼 정교한 협진체계를 구축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일에는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첨단의료정보시스템인 '아우누리'를 가동했다. 심장전용 PACS(영상저장정보전송장치)와 OCS(병원정보시스템),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 등을 완벽하게 연동시킨 것이다. 의료현장의 정보공유와 고객관리시스템,경영관리시스템,의료장비연동은 물론 진료의사결정지원시스템 등까지 손쉽게 이뤄져 환자 및 의료진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노 원장은 "국내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이 완벽한 의료정보화시스템을 이루고 있으나 대다수 병원은 아직도 종이차트가 외래에서 배달돼오는 실정"이라며 "전문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완벽한 의료정보화를 실현함으로써 업무 효율화와 고객만족 실현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