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새 내각이 부가세 등 세금 인상과 정부 복지비용 감축을 골자로 하는 고강도 긴축안을 들고 나왔으나 재계와 서민층이 동시에 반발하고 나섰다.

영국 가디언과 인디펜던트,BBC 등은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이 2015년 회계연도까지 공공부문 감축 150억파운드와 증세 100억파운드를 통해 연간 250억파운드씩 절감하는 긴축안을 22일 발표할 것이라고 21일 보도했다.

재정 긴축 규모는 모두 850억파운드에 달하며 이는 최근 30년 동안 최대 규모다.

오즈번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고강도 긴축 조치는 불가피하며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을 경우 영국은 '파멸의 길(road to ruin)'을 걷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설될 예산책임청의 앨런 버드 청장은 "지난 3월 말로 끝난 2009 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1560억파운드로,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1%에 달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적자 규모는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크며 유럽 지역에서는 아일랜드에 이어 2위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추가 긴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달 영국 정부는 62억파운드 규모의 재정 긴축안을 내놓았으나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시키겠다고 경고하는 등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반응이었다.

새 내각은 식품 등 주요 소비재에 대한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17.5%에서 20%로 인상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가 부가세를 올리는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는 소득세율을 3%포인트 올리는 것과 유사하며 연간 120억파운드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도 현행 18%에서 최대 50%로 높일 예정이며 은행세도 신설한다. 정부 예산 감축안에는 복지비용 동결과 감축,지방정부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공무원 퇴직연금 삭감 등이 포함됐다.

부가세 인상 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 가중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옥스팜 등 구호단체와 노동계,지방자치단체 등은 감축안이 서민과 빈곤층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재계도 떨떠름한 반응이다.

영국 재계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은 양도소득세 등 증세가 기업 활동을 저해할 것이라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110개 기업들은 이날 공식성명을 내고 "공공부문 감축은 환영하나 일방적인 증세는 소비 위축과 인플레이션 유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