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3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남아공 더반 스타디움에서 나이지리아와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을 치른다. 1승1패(승점 3)의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이겨야 16강 진출의 희망을 키울 수 있다.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수문장 에니에아마 뚫어야

이번 대결은 벼랑 끝 승부다.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꺾어 2승1패가 되면 16강 진출이 유력해진다. 나이지리아는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에 잇달아 패했지만 빈센트 에니에아마라는 걸출한 골키퍼가 있다. 그가 없었더라면 나이지리아는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한 골로 막아내기 어려웠다.


그리스와의 격돌에서 미드필더 사니 카이타의 퇴장으로 10명이 싸우면서 한 골차 패배로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에니에아마의 활약 덕분.두 경기 연속 MVP격인 '맨 오브 더 매치'에 에니에아마가 선정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에니에아마는 20일 현재 이번 대회 선방 부문에서 1위(14개)에 올라 있다.

한국은 박주영-염기훈을 투톱으로 내세워 나이지리아 골문을 허물겠다는 각오다. 박주영은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 통한의 자책골을 기록했다. 박주영은 허정무 감독으로부터 나이지리아 골문을 열고 16강 진출의 선봉이 되라는 특명을 받았다.

박주영은 "아르헨티나전 실수는 실수이고,이제는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자책골 때문에 심리적으로 문제는 없다"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잔디 · 나이지리아 광적 응원도 변수

양팀 선수들은 더반 스타디움에서 훈련 한번 해 보지 않고 대결한다. 더반 경기장은 대회 개막 직전까지 공사를 벌인 데다 잔디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전 조별리그 세 경기를 치른 탓에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다. 더반 스타디움의 잔디는 짧다. 패스 속도가 빨라져 신경 써야 한다. 대표팀이 프린세스 마고고 스타디움에서 훈련하기 직전 그라운드에 물을 뿌려 놓은 것도 빠른 패스 속도에 적응하기 위함이다.

나이지리아 팬의 광적 응원도 걱정이다. 조직위원회가 밝힌 더반 스타디움의 좌석 수는 6만2760석으로,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8만4490석)과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6만4100석)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 중 한국 응원단이 500석 정도를 차지하고，나머지 좌석은 대부분 나이지리아 팬이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적인 나이지리아 팬의 응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