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메가뱅크(거대은행)가 탄생하면 SC제일은행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입니다. "

스티브 버타미니 스탠다드차타드(SC) 소매금융부문 글로벌 대표(사진)는 21일 서울 공평동 SC제일은행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버타미니 대표는 글로벌 금융회사인 SC의 이사회 멤버로 그룹 내 소매금융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만약 한국 시중은행끼리 합병을 통해 메가뱅크가 탄생할 경우 통합 과정에서 각종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므로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SC제일은행에 기회로 작용할 여지도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SC제일은행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지점망 확충을 위해 1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 분야에서 국내 시중은행에 뒤져 있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한 투자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버타미니 대표는 또 "글로벌화하는 데 은행 규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SC는 이미 제일은행을 인수한 만큼 한국 영업망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전략'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SC로 영입되기 전 미국의 대표적 글로벌 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GE)에서 22년간 근무한 경력을 가진 그는 "GE는 성과를 내라는 시장의 압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반면 SC는 긴 역사만큼이나 장기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선 직원의 역할이 매우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버타미니 대표는 SC의 국내 법인인 SC제일은행의 성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제일은행 인수는 그야말로 성공작"이라며 "SC제일은행은 아시아에서 홍콩 법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위상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2008년부터 출시해 큰 인기를 모았던 '두드림 통장'을 조만간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