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차이나 이펙트(China effect · 중국 효과)'에 활짝 웃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 절상을 시사한 뒤 첫 개장한 21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각국의 통화 가치와 주가가 큰 폭 뛰었다. 위안화 가치도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제한폭(0.5%)에 가까운 0.45% 올라 1980년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 방침이 나온 시점이 절묘했다. 유럽발 금융시장 불안이 사그라드는 상황에서 나와 시너지 효과가 컸다. 세계 경제가 탄탄한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각국 금융시장이 환호로 답변했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 소식은 단순한 환율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의 커다란 전환 포인트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세계 무역흑자를 거의 독식했던 '세계의 공장' 중국이 이제는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그 역할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위안화 절상 방침은 세계 경제 불균형(global imbalance) 해소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3000억달러를 웃도는 무역흑자를 올리는 배경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에 중국이 환율 제도를 사실상 달러연동제(페그제)에서 복수통화 바스켓제로 바꾸기로 하면서 세계 경제가 균형 성장을 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높이면 국내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중국은 올 1분기 11.9%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거품 붕괴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위안화 가치 절상으로 과열이 식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한 이유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이날 3% 가까이 오른 것을 비롯해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가 2.43% 올랐고 대만(1.90%) 호주(1.88%) 한국(1.62%)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중국의 환율 제도 개편은 상당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 가치 고정에서 '유연한 환율 시스템'으로 복귀한 것은 위기가 끝났다는 선언이라는 설명이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담당 회장은 "중국 지도부가 경제에 확신을 갖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폭이 3% 안팎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화 가치가 이날 하루에만 2.5% 오른 것(원 · 달러 환율은 2.5% 하락)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정부의 환율 제도 변경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피해가는 카드로 채택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