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질병 탐구]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합병증이 더 무섭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직접 사망률은 줄었지만
뇌졸중 등 합병증으로
매년 5만명 이상 사망…
짜게 먹는 식습관 고치고
혈압변동성ㆍ중심혈압ㆍ맥압 등
'숨은 고혈압' 도 잡아내야
뇌졸중 등 합병증으로
매년 5만명 이상 사망…
짜게 먹는 식습관 고치고
혈압변동성ㆍ중심혈압ㆍ맥압 등
'숨은 고혈압' 도 잡아내야
소문난 공포영화 속 살인마는 늘 조용히 다가온다. 비단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은 실재하는 공포다. 그것도 다른 질병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된 위험 요소까지 품은 연쇄살인마다. 공포영화에서 주인공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방법은 한 가지.상황을 통찰하고 잠재적 위험요소를 미연에 방지하며 살인마와 맞서는 것이다. 고혈압 환자 1000만명 시대다. 30세 이상 한국인의 약 27%가 고혈압으로 미국(30%)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혈압의 칼 끝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겨누고 있다. 현재 세계 고혈압 인구는 10억명,2025년에는 15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2008 국민건강 · 영양조사(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고혈압 인지율은 66.1%,조절률은 42.4%에 그친다. 이는 뇌졸중,심장질환 같은 고혈압 관련 질환 사망률의 '고공 행진'으로 나타난다.
2009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통계청)에 따르면 고혈압에 따른 직접 사망률은 2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고혈압의 영향을 받는 뇌혈관질환,심장질환 사망률은 여전하다. 인구 10만명당 100여명,매년 5만명 이상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고혈압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있다.
고혈압은 가족력,음주,흡연,고령,운동부족, 짜게 먹는 식습관,스트레스 등 여러 환경적인 영향을 고루 받아 발생한다. 이 중 짜게 먹는 식습관이 한국인의 고혈압과 가장 밀접하다. 소금 섭취는 혈액 속 나트륨 농도를 높이고 이에 따른 삼투압 현상으로 혈액량이 증가하면서 고혈압이 발생한다. 우리 국민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1998년 4542㎎,2008년 4553㎎으로 측정을 시작하던 해부터 지금까지 쭉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량인 2000㎎을 훌쩍 넘겨왔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고혈압 환자 수가 1998년 30.0%,2008년 26.9%로 지속적으로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다행히 이런 위험요소들은 자신의 의지로 대부분 통제할 수 있다. 금주,금연,운동,체중감량,싱겁게 먹기,스트레스 해소를 철저하게 생활화해야 한다. 특히 한국인에게 문제가 되는 나트륨의 주요 공급원은 김치 간장 된장 찌개 같은 일상적인 음식들로 조리법을 바꾸는 등 염분을 줄여나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20㎜Hg,확장기 혈압이 10㎜Hg씩 올라갈 때마다 심장병 발생은 두 배로 증가한다. 따라서 고혈압에 따른 합병증 위험을 피하려면 건강 혈압(수축기 120/확장기80㎜Hg 이하)을 유지하는 게 필수다. 피할 수 없는 가족력,고령 탓에 고혈압(140/90㎜Hg 이상)으로 진단받았다 해도 전문의와 상담하면서 생활요법을 잘 지키면 건강 혈압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혈압 변동성''중심 혈압''맥압'같이 고혈압 합병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숨은 고혈압'까지 색출,통제하면 금상첨화다. 일상 속에서 갑자기 혈압이 들쭉날쭉 변하는 '혈압 변동성'은 최근 미국심장학회에서 주요 심혈관계질환의 예언자로 지목돼 주목을 받았다. 대규모 분석 결과 평균 혈압에 관계없이 혈압 변동성이 있는 사람은 뇌졸중 위험이 최고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당뇨,혈관계 병력자들은 혈압 변동성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이들은 정기적으로 주치의를 찾아 혈압 변동성 및 심혈관 손상 여부를 살펴야 한다. 혈압 변동성은 'ABPM(24시간 활동 혈압계)'으로 측정할 수 있다. 혈압 변동성이 큰 경우는 의사와 상의해 일정한 약물 농도로 24시간 활동 혈압 및 혈압 변동성을 잘 잡아줄 수 있는 칼슘길항제 계열의 고혈압약 복용을 고려해 본다. 이런 약제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유리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중심 혈압도 심혈관질환 발병 예측에 중요 인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심 혈압은 대동맥,경동맥 등에서 측정한다. 중심 혈압이 높으면 심장,뇌,콩팥과 같은 필수 주요장기에 직접 강한 수축기 혈압이 전달된다. 이는 혈관손상을 쉽게 초래해 협심증 및 심근경색증,심부전 같은 심장병과 뇌졸중의 발생률을 크게 증가시킨다.
학계에서는 팔뚝을 통해 잰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수면부족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중심 혈압이 정상 범위를 넘어설 경우엔 심근경색의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이미 중심 혈압을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켰으며 국내에서도 중심 혈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중심 혈압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전문 의료기관에서는 손쉽게 측정할 수 있다.
수축기 혈압과 확장기 혈압의 차이,즉 맥압도 잘 살펴야 한다. 맥압은 혈관의 탄력성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정상 성인의 맥압은 대략 35~45㎜Hg 정도인데 이 수치가 클수록 혈관이 경직돼 협심증이나 심부전증 같은 심장질환 위험이 높다. 예를 들어 고령자에서 혈압이 160/80㎜Hg(맥압 80㎜Hg)인 사람이 혈압이 160/110㎜Hg(맥압 50㎜Hg)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훨씬 높다. 따라서 맥압이 60㎜Hg 이상인 경우는 혈관의 경직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즉 동맥경화의 원인인 고지혈증과 당뇨병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 추산 작년 전 세계 신종플루 사망자는 1만7000여명.그런데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고혈압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은 이는 5만명이 넘는다.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게 고혈압이다. 통상 고혈압 환자 열 명 중 여섯 명에서 뇌졸중 등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고혈압 조절률은 이제 겨우 40%를 넘었다. 고혈압의 연쇄살인을 막으려면 이 조절률을 높여야 한다. 건강할 것이라 믿고 있던 30~40대 젊은층의 고혈압도 30%를 넘어선 만큼 국민 누구나 자신의 혈압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
박창규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장 · 심장내과 과장
고혈압의 칼 끝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겨누고 있다. 현재 세계 고혈압 인구는 10억명,2025년에는 15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2008 국민건강 · 영양조사(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고혈압 인지율은 66.1%,조절률은 42.4%에 그친다. 이는 뇌졸중,심장질환 같은 고혈압 관련 질환 사망률의 '고공 행진'으로 나타난다.
2009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통계청)에 따르면 고혈압에 따른 직접 사망률은 2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고혈압의 영향을 받는 뇌혈관질환,심장질환 사망률은 여전하다. 인구 10만명당 100여명,매년 5만명 이상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고혈압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있다.
고혈압은 가족력,음주,흡연,고령,운동부족, 짜게 먹는 식습관,스트레스 등 여러 환경적인 영향을 고루 받아 발생한다. 이 중 짜게 먹는 식습관이 한국인의 고혈압과 가장 밀접하다. 소금 섭취는 혈액 속 나트륨 농도를 높이고 이에 따른 삼투압 현상으로 혈액량이 증가하면서 고혈압이 발생한다. 우리 국민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1998년 4542㎎,2008년 4553㎎으로 측정을 시작하던 해부터 지금까지 쭉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량인 2000㎎을 훌쩍 넘겨왔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고혈압 환자 수가 1998년 30.0%,2008년 26.9%로 지속적으로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다행히 이런 위험요소들은 자신의 의지로 대부분 통제할 수 있다. 금주,금연,운동,체중감량,싱겁게 먹기,스트레스 해소를 철저하게 생활화해야 한다. 특히 한국인에게 문제가 되는 나트륨의 주요 공급원은 김치 간장 된장 찌개 같은 일상적인 음식들로 조리법을 바꾸는 등 염분을 줄여나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20㎜Hg,확장기 혈압이 10㎜Hg씩 올라갈 때마다 심장병 발생은 두 배로 증가한다. 따라서 고혈압에 따른 합병증 위험을 피하려면 건강 혈압(수축기 120/확장기80㎜Hg 이하)을 유지하는 게 필수다. 피할 수 없는 가족력,고령 탓에 고혈압(140/90㎜Hg 이상)으로 진단받았다 해도 전문의와 상담하면서 생활요법을 잘 지키면 건강 혈압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혈압 변동성''중심 혈압''맥압'같이 고혈압 합병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숨은 고혈압'까지 색출,통제하면 금상첨화다. 일상 속에서 갑자기 혈압이 들쭉날쭉 변하는 '혈압 변동성'은 최근 미국심장학회에서 주요 심혈관계질환의 예언자로 지목돼 주목을 받았다. 대규모 분석 결과 평균 혈압에 관계없이 혈압 변동성이 있는 사람은 뇌졸중 위험이 최고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당뇨,혈관계 병력자들은 혈압 변동성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이들은 정기적으로 주치의를 찾아 혈압 변동성 및 심혈관 손상 여부를 살펴야 한다. 혈압 변동성은 'ABPM(24시간 활동 혈압계)'으로 측정할 수 있다. 혈압 변동성이 큰 경우는 의사와 상의해 일정한 약물 농도로 24시간 활동 혈압 및 혈압 변동성을 잘 잡아줄 수 있는 칼슘길항제 계열의 고혈압약 복용을 고려해 본다. 이런 약제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유리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중심 혈압도 심혈관질환 발병 예측에 중요 인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심 혈압은 대동맥,경동맥 등에서 측정한다. 중심 혈압이 높으면 심장,뇌,콩팥과 같은 필수 주요장기에 직접 강한 수축기 혈압이 전달된다. 이는 혈관손상을 쉽게 초래해 협심증 및 심근경색증,심부전 같은 심장병과 뇌졸중의 발생률을 크게 증가시킨다.
학계에서는 팔뚝을 통해 잰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수면부족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중심 혈압이 정상 범위를 넘어설 경우엔 심근경색의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이미 중심 혈압을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켰으며 국내에서도 중심 혈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중심 혈압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전문 의료기관에서는 손쉽게 측정할 수 있다.
수축기 혈압과 확장기 혈압의 차이,즉 맥압도 잘 살펴야 한다. 맥압은 혈관의 탄력성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정상 성인의 맥압은 대략 35~45㎜Hg 정도인데 이 수치가 클수록 혈관이 경직돼 협심증이나 심부전증 같은 심장질환 위험이 높다. 예를 들어 고령자에서 혈압이 160/80㎜Hg(맥압 80㎜Hg)인 사람이 혈압이 160/110㎜Hg(맥압 50㎜Hg)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훨씬 높다. 따라서 맥압이 60㎜Hg 이상인 경우는 혈관의 경직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즉 동맥경화의 원인인 고지혈증과 당뇨병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 추산 작년 전 세계 신종플루 사망자는 1만7000여명.그런데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고혈압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은 이는 5만명이 넘는다.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게 고혈압이다. 통상 고혈압 환자 열 명 중 여섯 명에서 뇌졸중 등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고혈압 조절률은 이제 겨우 40%를 넘었다. 고혈압의 연쇄살인을 막으려면 이 조절률을 높여야 한다. 건강할 것이라 믿고 있던 30~40대 젊은층의 고혈압도 30%를 넘어선 만큼 국민 누구나 자신의 혈압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
박창규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장 · 심장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