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근 가격을 낮춘 2011년형 쏘나타와 그랜저 스페셜 모델을 발표했다. 수입차의 저가 공세와 기아차의 약진으로 판매 실적이 감소하자 가격 할인으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그렇다면 서비스 수준은 어떨까.

국내 소비자들은 단순히 애국심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가격과 사후관리(AS)의 편리성 등 다양한 장점 때문에 국산차를 애용해 왔다. 최근엔 국산차 품질이 향상되면서 수입차 못지않은 성능과 편의장치 장착으로 만족도도 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비 등 사후관리 서비스 면에선 수입차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회사원 김주한씨는 과거 현대차 직영정비센터에 들어갔다 황당한 일을 당했다. 가속불량 현상을 보인 2001년식 그랜저를 맡겼더니 견적이 450만원이나 나온 것.수리를 포기한 김씨는 지인 소개로 동네의 다른 카센터를 찾았다. 그가 지불한 돈은 인젝터 수리비로 단 8만원.김씨는 이 차를 여전히 잘 타고 있다. 비단 김씨만 이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은 국산차 업체들의 정비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 지정 정비공장을 찾아가 4~5시간씩 기다려야 했던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가 전자화되고 정비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어디에서나 쉽게 차를 고칠 수 없게 된 것이다. 자동차 회사와 정비업체 간 통신 네트워크가 갖춰지면서 협력업체가 아닌 곳에선 부품을 쉽게 공급받거나 정비할 수 없는 폐쇄적인 환경으로 바뀌었다. 인천에서 부분 정비업에 종사하고 있는 고 모씨는 "르노삼성의 수리 부품을 구입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에 있는 다른 부분 정비업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리 부품을 주문하면 2~4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직접 가서 부품을 사오거나 아예 많은 부품을 동시에 배달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수리 부품의 공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문제는 결국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2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애프터마켓 전시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유럽에선 소비자들에게 '정비 받을 권리(Right to Repair)'를 돌려주자는 캠페인이 활발했다. '소비자들이 정비업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자동차의 첨단화가 진행되면서 정비 역시 만만치 않은 작업이 돼 가고 있다. 신차의 기술정보와 첨단 진단기기,시험장비,스페어 부품들이 자동차 업체의 독점적 관리로 제한되고 있어 지정 정비업소가 아닌 곳에선 마음대로 차를 고칠 수도 없다. 소비자들이 결국 자신의 차를 어디에서 수리받을 것인지 자유롭게 결정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부품업체뿐만 아니라 정비업소,소비자 모두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국내에서도 유럽에서 불고 있는 '정비받을 권리 찾기' 운동이 필요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산차 품질 수준이 높아진 만큼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AS 품질'도 바뀌어야 한다.

유영준 월간 CAR&TECH 편집장 yyjun99@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