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발전 왜 관심받나] 수소 500g으로 핵융합땐 고리原電 2배 에너지
스튜어트 프레이거 미 프린스턴플라즈마물리연구소장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최근 개최한 '62회 한국과학기술포럼'에서 "핵융합에너지는 오염물질 발생이 없으며 안전하고 효율적인 궁극의 에너지"라며 "핵융합은(인류가 그럴 의지만 있다면) 인류가 살아있는 한 끝없이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7개국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프랑스 남부 카다라시에 2018년께 완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은 2007년 핵융합실험로인 'KSTAR'을 제작했으며 2008년과 작년에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최근 북한이 핵융합 실험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핵융합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69개 기업이 만든 'KSTAR'

'초전도 토카막'인 KSTAR은 삼성전자 두산중공업 GS건설 성도이엔지 등 국내 69개 기업이 참여해 만든 대형 실험용 자장용기다.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KSTAR 제작을 계기로 일본과 1000억원 규모 발주계약을 진행하는 등 ITER 타 회원국에 대한 납품계약도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헌신적인 기여로 ITER 프로젝트 참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가핵융합연구소와 ITER 국제기구는 초전도자석,진공용기 본체,전원공급장치,삼중수소 저장 및 공급시스템 등 ITER을 구성하는 10개 품목에 대해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조립 장비류와 열 차폐체는 우리나라가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핵융합에너지는 태양이 열을 내는 것과 같은 원리로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발생한다. 플라즈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돼 전기적으로 중성 상태인 이온화된 입자들을 말하며 우주 물질의 99%를 차지한다. 수소 원자핵을 플라즈마로 만들고 이를 토카막(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해 자기장을 이용하는 도넛형 장치)에 잘 가둔 다음 1억도 이상의 초고온과 고압으로 가열하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즉 초고온의 플라즈마에서 삼중수소와 중수소를 융합시키면 헬륨과 중성자가 생성되는데 이때 질량결손 시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상대성 원리'에 따라 약 17.6 MeV(메가전자볼트)의 막대한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방출된다. 이 핵융합반응을 자장용기 안이 아니라 원자폭탄으로 촉매하면 바로 '수소폭탄'이 된다.

◆왜 핵융합인가

프레이거 소장은 "지금까지 모든 플라즈마는 외부에 의해 가열됐으나 플라즈마가 자체 연소하는 실험을 ITER을 통해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TER 개발에 참고가 될 KSTAR은 2012년까지 기본 운전성능을 갖춘 후 2013~2017년에는 장시간 운전기술,2018~2022년까지 고성능 운전기술을 확보하고 2023년부터 실증로 선행시험 단계에 들어선다는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 핵융합실증로는 2025년부터 건설될 예정이다.

핵융합은 자원이 무한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상당히 높은 게 장점이다. 중수소는 바닷물 1ℓ당 0.03g이 존재한다. 이것만을 핵융합 발전에 이용하더라도 평균 연비의 중형 승용차로 서울에서 부산을 세 번 왕복할 수 있는 휘발유와 동일한 에너지가 나온다. 또 중수소와 삼중수소 1g을 융합할 경우 1만 ℓ의 중유를 태운 것과 같은 열량을 낼 수 있으며,300g의 삼중수소와 200g의 중수소만 있으면 고리 원자력발전소보다 2배 큰 100만킬로와트(㎾)급 발전소를 1일 동안 가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핵융합에너지 실용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프레이거 소장은 "핵융합 기술 개발이 더딘 이유는 세계적으로 시설 고도화가 안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조차도 2040년께 상용화를 목표로 한 이유다. 장순홍 KAIST 부총장은 "국내 기업의 뛰어난 엔지니어링 기술을 집중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