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길이가 92야드인 파3홀이라면 만만해 보인다.‘아무리 그린 주변에 트러블이 많더라도 그깟 홀쯤이야’라는 생각이 들 법하다.

그러나 골프는 거리가 짧다고 스코어가 좋은 것은 아니다.21일(한국시간) 끝난 US오픈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회장인 페블비치GL의 7번홀(파3)은 길이가 106야드다.4라운드때에는 92야드로 셋업됐다.그린이 작고 길며,그 주위에 6개의 벙커가 있으며,수시로 바람이 부는 홀이다.

그런데 마지막날 이 홀 평균 스코어는 3.217타에 달했다.커트를 통과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파보다 평균 0.217타를 더 쳤다는 얘기다.100야드도 안되는 홀에서 파만 잡아도 중간이상을 했다는 의미와도 같다.

합계 9오버파 293타로 공동 22위를 차지한 숀 미킬(미국)은 직전홀인 6번홀(파5·길이523야드)에서 ‘더블 이글’(알바트로스)을 기록했다.파5홀에서 2타만에 홀아웃한 것.그러나 미킬은 7번홀에서는 더블 보기(5타)를 기록하고 말았다.523야드짜리 홀에서 2타를 치다가도,92야드짜리 홀에서 5타를 칠 수 있는 것이 골프라는 것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골퍼들은 파에 비해 짧은 홀에 이르면 마음이 풀어진다.그러나 짧은 홀에는 반드시 그만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짧고 만만한 홀일수록 마음을 다잡고 임해야 터무니없는 스코어를 막을 수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