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은 제2의 코파 아메리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남미 팀들이 역대 월드컵 조별리그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22일(한국시간) 32차례의 조별리그 경기가 치러진 가운데 아르헨티나(B조) 브라질(G조) 칠레(H조) 우루과이(A조) 파라과이(F조) 등 남미 5개팀이 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 브라질 · 칠레는 2승을,우루과이와 파라과이는 1승1무씩을 기록했다. 남미 팀 가운데는 최약체로 꼽히는 온두라스만 칠레와 스페인에 2연패를 당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이미 16강행을 확정했고,칠레 우루과이 파라과이도 16강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반면 유럽은 2연승으로 E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네덜란드와 1승1무를 기록하고 있는 포르투갈(G조 2위) 및 슬로베니아(C조 1위)를 제외하고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슬로베니아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같은 조인 잉글랜드 미국 알제리의 부진에 따른 것이다.

독일 스페인 덴마크 스위스 그리스 세르비아는 1승1패로 겨우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는 2무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브라질 언론은 "월드컵이 아니라 마치 남미 축구대회인 '코파 아메리카'를 보는 것 같다"면서 현재의 기세가 계속될 경우 남미에서 남아공월드컵 우승국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통의 유럽 강호들이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유럽축구협회 관계자들은 "클럽이 대표팀을 망쳤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탈리아축구협회 지안카를로 아베테 회장은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돈이 넘쳐나는 유럽의 대형 클럽들이 세계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는 데 소홀하다고 꼬집었다. 아베테 회장은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의 강호들은 하나같이 문제가 있다.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중남미 국가들만 미소짓고 있다"면서 "클럽들이 각 나라 축구협회들보다 힘이 세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