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는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됐음에도 국회법 87조를 적용,당초 예고한 대로 수정안의 본회의 표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회법 87조(회생 법안)에는 '상임위에서 부결돼 폐기된 법안의 경우 7일 이내에 국회의원 30명의 요구로 본회의에 다시 부의(附議)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친이계 소속인 이군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2일 "세종시 수정법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고민했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컸던 법안"이라며 "상임위 부결로 끝낼 게 아니라 전체 국회의원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거듭 '본회의 표결'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상임위서 부결시킨 수정안은 28일 본회의에 서면보고될 예정이다. 친이 핵심인사들은 본회의 부의를 위한 서명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되는 정두언 의원을 비롯해 안국포럼 출신인 이춘식 · 백성운 · 정태근 · 권택기 · 조해진 · 강승규 · 김영우 의원,당내 친이계 핵심인 안경률 · 진수희 · 이군현 의원,친이계 의원모임인 '함께 내일로' 소속 고흥길 · 심재철 · 최병국 · 권경석 · 김기현 · 차명진 · 임해규 · 김효재 · 김용태 · 안형환 · 현경병 · 김동성 의원 등이 적극 공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세종시 전도사'로 불렸던 장광근 의원과 최고위원을 지낸 박순자 · 공성진 의원 등도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부의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분류됐다.

이 수석부대표는 "100여명에 달하는 친이계 대다수의 서명을 받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없이 안건이 자동상정되기 때문에 곧바로 전체표결에 부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국회의 주요 법안은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에 따라 상정하는 게 관행이지만,수정안의 경우 야당이 본회의 상정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국회법에 따라 수정법안을 본회의 부의안건 리스트에 올리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회의에 수정안이 상정되면 여야 전체 의원들은 표결에 임하게 된다. 한나라당 의원 168명 중 친이계 90~100명은 찬성표를,친박계 50~60명은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성향에서는 표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야당과 무소속 의원의 경우 전체 123명 가운데 민주당 의원 84명을 포함한 120명 정도가 수정안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반대표(대략 170~180명 정도)가 과반을 넘어 본회의에서도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물론 표결이 7일간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동폐기된다.

한편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상임위 부결 직후 브리핑을 통해 "모든 의원이 마지막까지 역사적인 책임의식을 갖고 잘 처리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본회의 부의'에 힘을 실었다.

반면 민주당은 28~29일 본회의를 앞두고 "상임위 부결로 이미 세종시 수정은 끝난 것"이라며 "친이계가 본회의 부의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현실화할 동력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상임위 부결 직후 국회에서 긴급 당 5역회의를 열고 "이 정권이 본회의 표결 처리에 집착한다면 다시 한번 국민을 속이고,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