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이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따라 10개월여 지속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폐기됐다. 국토위 표결에서는 재적의원 31명이 참석해 반대 18명,찬성 12명,기권 1명이었다. 친이 측이 국토위 부결에도 불구하고 본회의 표결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지만 수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당장 세종시 수정안 폐기로 삼성 한화 롯데 등 기업유치가 어려워지고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이 백지화될 경우 세종시가 자족기능이 없는 유령도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폐기 이후에 대한 준비가 전무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최종 표결처리한 것은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세종시를 원안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수정안 폐기로 16조5000억원 규모의 수정안 투자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지난 1월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통해 원안투자액 8조5000억원에 3조5000억원 규모의 과학비즈니스벨트,삼성 한화 등 민간투자 투자 4조5000억원을 더해 총 16조5000억원 규모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과학벨트를 충북 오송,오창과 대전시 대덕특구를 잇는 광역과학벨트로 만든다는 계획도 물거품됐다.

기업들도 원안대로라면 세종시로 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다른 부지를 물색하거나 기존 공장의 여유부지를 활용하는 등 대안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움직임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계획을 갖고 MOU(양해각서)까지 맺었던 기업 입장에서는 정치논리에 휘둘려 외부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향후 원안에 추가로 인센티브를 추가하겠다는 정치권의 논리가 기업들에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

원안으로 가면 중앙행정기관 9부2처2청이 세종시로 이전된다.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머무르면서 주요 행정부처만 세종시로 이전하는 만큼 이는 사실상의 '수도분할'에 해당한다. 이는 국정운영의 비효율은 물론 정부의 위기관리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대로 결론이 났더라도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며 자족기능에 대해 우려했다. 김 원내대표는 "수정안이 부결되면 과학비즈니스벨트도 백지화되고 기업의 이전 움직임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원안의 자족기능 부족 때문에 충청권에서 또 다른 수정안을 요구하는 상황이 올 게 뻔하다. 그때 가서 정치인들이 뭐라고 주장할지,정치인들이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