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인사 스무고개 넘기'를 하는 것 같다. "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 인사 및 개각을 예고했지만 그 작업이 기대만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3일 이렇게 말했다. 일단 청와대는 쇄신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이날 고위당정회의에서 지방선거 패배와 관련,"이번을 계기로 바꿔야 될 것,개혁해야 될 것,새롭게 출발할 것을 점검하고 시스템도 갖춰 나가야 한다"며 "상당히 고심하고 있고,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준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은 개각 등에 대비,행정안전부의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DB)와 국가정보원 자료 등을 토대로 꾸준히 유력 후보들을 추려 검증해 왔다. 이 대통령의 인적 개편 결심이 섰을 때 언제라도 후보들을 골라 보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행안부 DB엔 17개 분야 17만여명이 수록돼 있다.

첫번째 문제는 인적 개편 때 지연 학연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한 참모는 "현 정부 초기 이른바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내각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지연 학연 등을 중요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1차 스크린에서 여러 유력 후보들이 낙마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관문은 검증 과정을 뚫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의 호된 경험 때문에 청와대는 검증 문제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남주홍 통일장관 후보자,박은경 환경장관 후보자,이춘호 여성장관 후보자,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등이 이런저런 흠집으로 낙마했다.

또 다른 한 참모는 "엄격한 검증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당초 '딱 이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후보들이 일찌감치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 차 떼고,포 떼다 보니 마땅한 인사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에 '40대 후반,50대 초반'이라는 잣대가 추가되다 보니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요소는 내달 14일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누가 선출되느냐다. 한나라당발 세대교체 바람이 불지 등이 변수다. 정운찬 총리 교체 여부는 세종시수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결과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