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북한산 계곡에 자리잡아 300년 이상 살아온 북한동 마을 주민들이 터전을 떠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그동안 북한산국립공원의 북한산성 계곡을 오염시키는 오염원으로 지적받아 온 북한동 마을 55가구를 연말까지 보상해 이주시킨다고 24일 밝혔다.

북한산성 계곡은 연간 2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북한산국립공원 최대의 출입구 중 하나다.북한동 마을은 계곡 입구부터 상류 2㎞ 지점에 있으며 주민 대부분이 탐방객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을 운영해왔다.이들 음식점들은 1983년 국립공원 지정 이전부터 계곡에서 영업을 해왔으며 정화시설 설치가 어려워 사실상 오·폐수를 무단 방류해 계곡 오염을 가중시켜 왔다.또한 계곡 입구에서 상가까지 손님을 실어 나르기 위해 승합차를 운행함으로써 먼지와 소음·매연·안전 문제로 일반 탐방객들과 빈번한 마찰이 있었다.

공단은 계곡오염을 방지하고 탐방객의 탐방여건 조성을 위해 2001년부터 주민들과 이주사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일부 반발하는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2005년에야 이주사업 동의를 받았다.북한동 마을 이주에 들어간 사업비는 총 513억원이며 이주대상 55가구에 지급되는 보상금만 해도 328억원에 이른다.

이주사업이 마무리되면 북한동 마을에는 7개의 사찰과 암자만 남게 된다.이주대상 가구 중 45가구는 공원 입구에 조성한 이주단지에 새로 자리를 잡게 된다.

북한동 마을의 역사는 숙종 37년(1711년) 북한산성 축조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북한산성을 축조할 때 인부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자리와 군량과 무기를 보관하던 창고가 마을의 기원이다.

공단은 북한동 마을의 역사성을 고려해 철거대상 시설 중 일부를 탐방객 쉼터와 전망대 등 탐방객 편의시설로 전환할 계획이다.또한 일부시설을 재활용해 마을의 역사와 생활상을 기념하는 홍보관으로 새롭게 단장해 이주민들이 고향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손동호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장은 “북한동 마을 이주사업은 계곡 오염원을 완전히 이주시키는 것으로 공익을 위해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는 셈”이라며 “탐방객들도 주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려 국립공원 보호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