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암벽등반가 린 힐은 사소한 착각으로 22m를 추락했으나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힐은 장비에 밧줄을 건 다음 묶어야 할 매듭은 묶지 않고 대신 신발 끈을 묶었다. 옆 사람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밧줄 매듭을 생각하지 못했다. 신발 끈을 묶는 일과 밧줄 묶는 일이 비슷했기 때문에 힐의 뇌는 할 일을 모두 마쳤다고 착각했다.

UCLA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들의 뇌는 차가운 색으로 차분한 반면 지적으로 조금 떨어지는 사람들의 뇌는 전등처럼 밝게 빛났다. 훈련을 받고 전문적인 기술을 획득한 사람의 뇌 활동은 학습 이후에 감소했다. 똑똑한 뇌가 일을 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숙할 때에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만 자동차 운전처럼 익숙해지면 의식보다 무의식이 뇌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브레인 어드밴티지》는 이런 리더들의 행태에 대해 윽박지르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질문을 던지도록 하라고 말한다. 선불교의 화두처럼 문제를 던져주고 한걸음 물러나 있으면 대부분의 무의식적인 행동관행은 고쳐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노스웨스턴대의 신경과학자 마크 융 비먼은 통찰력과 뇌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아하" 하고 무릎을 치는 순간,즉 섬광 같은 통찰력이 나타나는 순간 우뇌의 앞 상위측두이랑(aSTG)에서 격렬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런데 aSTG는 은유적인 표현을 해석하거나 농담을 이해할 때 활발히 움직인다. 융 비먼은 느긋한 마음이 통찰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재미있고 긍정적인 분위기처럼 뇌가 편안할 때 통찰력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임상심리학자,경영컨설턴트,리더십전문가,신경과학자가 협업해 만든 이 책은 최신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기업경영에 접목시킨다. 과거의 뇌 연구 결과가 기업에 조언 수준으로 머물렀다면,이 책은 다양한 조직 행동에 뇌 과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려준다.

이 책은 다섯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각 항목은 기업혁신과 조직 구성원들의 관계 개선,기업문화와 의사결정 방식,직원들의 업무 능력 향상 노하우 등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를 서술하면서 뇌 과학의 접목 결과에 대해 설명한다. '멀티태스킹은 축복인가 재앙인가,블링크와 싱크 중 무엇을 선택할까,리더는 어떻게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을까' 등 흥미로운 주제가 많다.

국내 A기업 사장은 전사적으로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을 수강토록 지시한다. 교육 기간도 수개월이다. 수강 내용을 정리해 리포트로 제출해야 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회사가 아니라 대학의 연장으로 착각할 정도다. 직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남거나 또는 떠나거나.

'왜 일하는가'를 깨달은 직원은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생산성도 높다. 생태학적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씨앗을 앞에 두고 주인이 훈계하고 윽박질러도 꽃을 피우지 못한다. 좋은 토양에 씨앗을 묻고 물을 주며 태양과 만나게 하면 스스로 활짝 꽃을 피운다. 대다수 기업의 최고 애로사항은 조직 관리다. 직원들의 마음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는 항상 뇌를 염두에 두고 기업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또한 여유 있게 한걸음 물러나 뇌의 활동을 칭찬하고,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도록 배려하며,편안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직원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고,그것이 최고의 브레인 어드밴티지라고 설명한다. 서양의 뇌 과학과 동양의 인문이 통섭으로 조우하는 장면이다.

강경태 한국CEO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