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카르멘' 공연은 세계 정상급의 체코 프라하 오페라극장과 바리톤 고성현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와 함께 해요. 특히 주인공 카르멘 역만으로 800회 이상 무대에 오른 갈리아 이브라기모바의 연기가 기대를 모읍니다. "

한국경제신문과 공동으로 내달 3~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카르멘'을 공연하는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장(64).그는 "'카르멘'이 '전주곡''투우사의 노래''꽃의 노래' 등으로 널리 알려졌고 국내 무대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이번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완성도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제가 직접 카르멘 역을 수십 번이나 맡았고 '카르멘' 제작도 네 번 이상 했지만 갈리아 이브라기모바 등 이번에 캐스팅된 성악가들처럼 연기,노래,외모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이들을 보지 못했어요. "

연출은 '카르멘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체코 프라하 오페라 극장의 연출가 즈니크 트로스카가 맡고 그와 함께 이 작품을 수백 번 무대에 올린 안무가 페트로 지르사가 집행 연출자로 나선다. 호세 쿠라,마르티 누치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과 공연한 지리 미쿨라가 지휘하고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이번 공연에서 플라멩코 춤을 추는 장면도 극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보통 발레 무용수들이 소화하던 이 부분을 스페인에서 플라멩코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롤라 장 한국플라멩코협회장이 연기한다. 다른 성악가들도 플라멩코를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춤을 추고 연기를 강화한다.

강 단장은 "사실적인 연출을 위해 노래 외에도 춤,연기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카르멘'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로 아름다운 선율을 꼽았다. 극 중에 흐르는 반주와 아리아가 완벽하다는 것.그는 "미국에서 성악 공부를 할 때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에서 처음으로 무대 바로 앞에서 '카르멘'을 봤는데 지휘자의 열정적인 지휘와 풍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정말 인상적이었다"며 "음악적으로 너무 놀라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카르멘'은 정열적인 집시여인 카르멘과 순수한 군인 돈호세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극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돈호세가 카르멘에게 사랑을 애원하다 거절당하자 카르멘을 죽이고 만다.

그는 "보통 카르멘이 죽고 막을 내리지만 이번에는 다른 엔딩을 구상 중"이라며 "돈호세가 카르멘을 너무 사랑해서 죽였기 때문에 그도 결국 자결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원작의 주제를 뚜렷하게 보여주기 위해 돈호세의 자살 장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공연은 제1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하다. 국립오페라단을 비롯해 베세토오페라단,글로리아오페라단,서울오페라앙상블 등 국립 및 민간 단체 다섯 곳이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강 단장은 "월드컵 열풍 등으로 제작비 마련이 어려웠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아 그나마 숨통은 텄다"며 "앞으로도 정부에서 민간 오페라단을 지원해 국내 클래식 저변이 넓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02)3476-6224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