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계의 공장에서 시장으로] (4) '바링허우' 농민공의 반란…임금투쟁 넘어 노조 권력화 나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4) 노동시장 대변화
'바링허우' : 80後 세대
'바링허우' : 80後 세대
중국 광저우에 있는 도요타자동차 공장은 24일 사흘째 가동을 하지 못했다. 부품 협력업체인 덴소 광저우공장의 파업 여파 때문이다. 역시 협력업체 파업으로 가동이 중단된 혼다자동차 황푸공장은 이날 생산을 재개했지만 중국 내 외자기업들은 연쇄 파업 사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첫 파업을 했던 혼다 난하이 부품공장 근로자들의 임금이 24% 오르자 다른 부품업체로 파업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광둥성을 포함한 주장삼각주 지역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7곳의 외자기업에서 파업이 발생했다. 혼다차는 인건비가 오르자 광저우에 있는 수출 전용 공장을 내수용으로 돌리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노동운동의 물결이 '저임금에 기반한 세계의 공장' 중국을 뒤흔들고 있다.
◆파업 주도하는 신세대 농민공
노동문제 전문가인 창카이 런민대 교수는 이달 초 뜻밖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19세의 여성 리샤오쥐안.혼다 난하이 부품공장 노동자 대표 중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리씨는 창 교수에게 노사 협상을 위해 법률 컨설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신들의 권리를 찾으려는 젊은 노동자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창 교수는 광저우까지 가서 무료로 협상 기술을 알려줬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외자기업의 파업에 대해 전문가들은 "파업의 주도세력이 신세대 농민공(농촌 출신 노동자)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류카이밍 현대노동문제연구소 소장)고 강조한다. 개혁개방 시대인 1980년대 이후 출생해 바링허우(80後)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관심이 많고,구세대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페이민신 미국 클레어몬트 메케나대 교수는 "바링허우 세대는 문화혁명이나 대기근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그들은 과거와 같은 노동 조건을 참지도,받아들이려 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노총(중화전국총공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6~30세 농민공은 약 1억명으로 전체 근로자 2억3000만명의 43%나 된다. 이들은 외부 압력에도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메신저 등으로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단결력을 키우고 있다.
◆경제투쟁에서 정치투쟁으로
광둥성의 혼다록 공장 근로자 1500명은 지난 10일 독립노조 설립을 요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한 노동자는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직원이 노조에 매월 5위안(약 850원)을 회비로 내지만 이들은 우리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린언린 중국산업관계연구소 교수는 "중국 노조는 사회 안정을 우선시해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를 사용자 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은 1980년대 폴란드 자유노조처럼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신세대 농민공들의 불만을 해소해주면서 이들이 소비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임금 인상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시장 확대와 산업구조조정 촉진
중국 정부는 "임금 상승이 '조화로운 사회 건설과 발전방식의 대변화'(산업구조조정)라는 후진타오 정권의 정책 이념에 부합하는 것"(류즈옌 사회과학원 도시경제연구실장)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5년 내 최저 임금을 2배로 올리고,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확립하는 임금조례를 제정하는 등 파격적인 노동정책을 쏟아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낙후산업 구조조정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니옌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도 "임금 상승이 경제구조를 내수시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추동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축보다는 소비를 지향하는 신세대 농민공들은 임금이 오르는 만큼 소비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곽상욱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임금 인상이 중산층 확대와 내수시장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이겠지만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지난달 17일 첫 파업을 했던 혼다 난하이 부품공장 근로자들의 임금이 24% 오르자 다른 부품업체로 파업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광둥성을 포함한 주장삼각주 지역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7곳의 외자기업에서 파업이 발생했다. 혼다차는 인건비가 오르자 광저우에 있는 수출 전용 공장을 내수용으로 돌리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노동운동의 물결이 '저임금에 기반한 세계의 공장' 중국을 뒤흔들고 있다.
◆파업 주도하는 신세대 농민공
노동문제 전문가인 창카이 런민대 교수는 이달 초 뜻밖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19세의 여성 리샤오쥐안.혼다 난하이 부품공장 노동자 대표 중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리씨는 창 교수에게 노사 협상을 위해 법률 컨설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신들의 권리를 찾으려는 젊은 노동자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창 교수는 광저우까지 가서 무료로 협상 기술을 알려줬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외자기업의 파업에 대해 전문가들은 "파업의 주도세력이 신세대 농민공(농촌 출신 노동자)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류카이밍 현대노동문제연구소 소장)고 강조한다. 개혁개방 시대인 1980년대 이후 출생해 바링허우(80後)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관심이 많고,구세대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페이민신 미국 클레어몬트 메케나대 교수는 "바링허우 세대는 문화혁명이나 대기근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그들은 과거와 같은 노동 조건을 참지도,받아들이려 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노총(중화전국총공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6~30세 농민공은 약 1억명으로 전체 근로자 2억3000만명의 43%나 된다. 이들은 외부 압력에도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메신저 등으로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단결력을 키우고 있다.
◆경제투쟁에서 정치투쟁으로
광둥성의 혼다록 공장 근로자 1500명은 지난 10일 독립노조 설립을 요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한 노동자는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직원이 노조에 매월 5위안(약 850원)을 회비로 내지만 이들은 우리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린언린 중국산업관계연구소 교수는 "중국 노조는 사회 안정을 우선시해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를 사용자 편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은 1980년대 폴란드 자유노조처럼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신세대 농민공들의 불만을 해소해주면서 이들이 소비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임금 인상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시장 확대와 산업구조조정 촉진
중국 정부는 "임금 상승이 '조화로운 사회 건설과 발전방식의 대변화'(산업구조조정)라는 후진타오 정권의 정책 이념에 부합하는 것"(류즈옌 사회과학원 도시경제연구실장)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5년 내 최저 임금을 2배로 올리고,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확립하는 임금조례를 제정하는 등 파격적인 노동정책을 쏟아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낙후산업 구조조정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니옌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도 "임금 상승이 경제구조를 내수시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추동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축보다는 소비를 지향하는 신세대 농민공들은 임금이 오르는 만큼 소비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곽상욱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임금 인상이 중산층 확대와 내수시장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이겠지만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