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국토위는 '민원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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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남 사천에선 침수피해가 말도 못해요. 남강댐 수위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약속하십니까?"(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어선으로 낚시하는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해경 단속 때문에 관광객의 불편이 많다는 민원을 숱하게 들어요. "(현기환 한나라당 의원)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성' 질의가 도를 넘고 있다. 한 명당 한 번씩 주어진 기본 질의시간 이외에 추가질의와 보충질의까지 모두 써가며 국토해양부와 산하기관을 상대로 질문하는 내용의 상당 부분이 자신의 지역구 민원성 질의였다. 21일 첫 회의에 이어 지난 23일에도 국토위는 가장 늦게까지 회의를 열었다.
최철국 민주당 의원(경남 김해 을)은 "제가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이기 때문에 부산 · 경남 지역의 갈등 요소인 공항입지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하기는 부담스럽지만"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동남권 공항의 입지를 두고 "밀양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데 장애물을 제거하는 비용만 30조원에 달하고 김해 공항과 활동 공간이 겹치는 문제도 있다"며 "사업추진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대구 달서 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구 국가과학산업단지 토지 보상 문제를 거론하며 "LH 사장님,자금사정 어려운 것은 알고 있지만 지역민들의 숙원사업인 데다 토지자금을 마련하려고 전세 대출까지 받아놓은 주민들은 죽을 지경이니 잘 감안해달라"고 했다.
쏟아지는 민원에 국무위원들은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심지어 한 여당 의원이 "부산에 남강댐 물을 공급한다는 전제로 위천공단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는 게 유보됐다가 이게 이름만 다른 대구 달성으로 가는 건 잘못"이라고 강변하자 참다 못한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그건 오해"라며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공단을 여러 군데 만드는 것이지 이것을 남강 물 문제와 연결시키면 안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결국 송광호 위원장의 정리로 상황은 수습됐지만 이 보충질의에 이어 정부 측은 또다시 비슷한 추가질의를 받아야 했다. 주요 현안을 논의해야 할 상임위가 어느새 의원들의 민원 해결장이 돼 있었다.
정치부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어선으로 낚시하는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해경 단속 때문에 관광객의 불편이 많다는 민원을 숱하게 들어요. "(현기환 한나라당 의원)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성' 질의가 도를 넘고 있다. 한 명당 한 번씩 주어진 기본 질의시간 이외에 추가질의와 보충질의까지 모두 써가며 국토해양부와 산하기관을 상대로 질문하는 내용의 상당 부분이 자신의 지역구 민원성 질의였다. 21일 첫 회의에 이어 지난 23일에도 국토위는 가장 늦게까지 회의를 열었다.
최철국 민주당 의원(경남 김해 을)은 "제가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이기 때문에 부산 · 경남 지역의 갈등 요소인 공항입지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하기는 부담스럽지만"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동남권 공항의 입지를 두고 "밀양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데 장애물을 제거하는 비용만 30조원에 달하고 김해 공항과 활동 공간이 겹치는 문제도 있다"며 "사업추진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대구 달서 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구 국가과학산업단지 토지 보상 문제를 거론하며 "LH 사장님,자금사정 어려운 것은 알고 있지만 지역민들의 숙원사업인 데다 토지자금을 마련하려고 전세 대출까지 받아놓은 주민들은 죽을 지경이니 잘 감안해달라"고 했다.
쏟아지는 민원에 국무위원들은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심지어 한 여당 의원이 "부산에 남강댐 물을 공급한다는 전제로 위천공단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는 게 유보됐다가 이게 이름만 다른 대구 달성으로 가는 건 잘못"이라고 강변하자 참다 못한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그건 오해"라며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공단을 여러 군데 만드는 것이지 이것을 남강 물 문제와 연결시키면 안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결국 송광호 위원장의 정리로 상황은 수습됐지만 이 보충질의에 이어 정부 측은 또다시 비슷한 추가질의를 받아야 했다. 주요 현안을 논의해야 할 상임위가 어느새 의원들의 민원 해결장이 돼 있었다.
정치부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