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유쾌한 도전'…첫 국내 판매 1위 오른다
기아자동차의 K5,스포티지R가 현대차 영업사원들을 길거리 판촉으로 내몰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6월 국내시장 판매량이 현대자동차를 7%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서면서다. 중형 세단 K5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R의 선전에 힘입은 결과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달 말까지 지속되면 기아차가 1998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후 처음으로 월간 점유율에서 현대차를 앞서게 된다. 기아차는 3월 30.7%,4월 31.3%,5월 34.4% 등으로 매월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기아차, 신차효과 톡톡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1일부터 20일까지 2만7909대의 차량을 판매,2만3419대에 그친 현대차를 4490대 차이로 앞서고 있다. 기아차와 현대차의 20일 기준 국내시장 점유율은 각각 42.3%와 35.5%로 집계됐다.

기아차가 현대차를 앞지르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모델은 중형 세단 K5다. 지난달 말부터 출고되기 시작한 K5는 예약판매 대수가 3만대에 이를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에는 1주일치 판매량만 통계에 잡혔는데도 무려 3552대가 팔려나갔다. 6월에는 1만대 이상의 차량이 고객에게 인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3월에 출시된 스포티지R도 기아차 점유율 상승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스포티지R는 지난달 4859대가 판매돼 해당 차급 1위에 올랐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경쟁 모델인 투싼ix의 판매량은 3719대로 나타나 1000대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미 지난 5월 승용차 부문 판매량이 현대차를 앞서며 돌풍을 예고했었다"며 "고객들의 주문동향으로 볼 때 당분간 K5와 스포티지R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 두 브랜드의 최종적인 점유율 차이가 3~4%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망 면에서 우위에 있는 현대차가 월말까지 판매 확대를 독려할 경우 지금의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차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8강에 진출하면 출고 고객 총 888명에게 차값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돌려주는 '8강 기원 캐시백 행사'를 시작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영업점들이 판매량 확대를 위한 가두 캠페인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계 1위인 현대차의 가두 캠페인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유쾌한 도전'…첫 국내 판매 1위 오른다
◆현대차,8월부터 대반격 돌입

기아차의 1위 등극이 지속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인지,아니면 신차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8월 이후가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대 변수는 현대차가 8월부터 출고를 시작하는 준중형 세단 아반떼 신모델(프로젝트명 MD)이다. 이 모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에 따라 브랜드별 판매량 순위가 결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는 한국 준중형차 수요를 감안할 때 아반떼의 인기가 K5 못지않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급 차량보다 연비가 ℓ당 2~4㎞가량 뛰어나고 최고출력도 20~30마력가량 높다는 게 아반떼 신모델의 특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반떼가 '대박'을 터뜨리고 기아차의 신차 효과가 주춤해지면 판매량 순위가 이전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11월 출시 예정인 그랜저 신모델까지 가세하면 현대차가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불안한 노사관계도 판매량 순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 노조는 이달 초부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법안 백지화를 내걸고 특근을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K5의 경우 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2~3개월을 기다려야 새 차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현장 영업점 직원들의 설명이다. 특근 거부가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아차 노조는 25일까지 쟁의 찬반투표를 진행,총파업에 들어갈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