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이 낡고 주차장도 좁아 생활하기 불편하지요. 여기에다 판교신도시 입주 본격화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자 분당지역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어요. "(성남 분당구 정자동 M공인 대표)

분당 · 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와 서울지역 중층 노후단지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데다 '6 · 2 지방선거'에서 리모델링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이 대거 당선돼 기대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1기 신도시 · 서울 중층 단지 속속 채비

24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6 · 2 지방선거 이후 분당 · 평촌 등 1기 신도시와 서울지역의 중층 노후단지 60여곳,3만여채가 리모델링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지역은 분당이다.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1776채) 리모델링추진위원회는 이달 초 주민설명회를 갖고 추진위 구성과 시공사 선정 등을 논의한 결과 주민 90%의 찬성을 받아냈다. 야탑동 매화마을 1단지도 지난달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뽑았다. 분당은 리모델링 적극 지원을 내세운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데 대해 고무된 분위기다.

평촌신도시의 목련 2,3단지도 리모델링을 서두르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건축계획심의를 받을 방침이다. 안양지역도 신임 시장이 리모델링에 관심이 많아 사업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서울 노후단지들도 리모델링 추진 열기가 뜨겁다. 38개 단지가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거나 안전진단을 신청한 상태다.

이달 들어 리모델링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이유는 준공된 지 15년이 넘어서면서 설비 노후로 인한 거주 불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입주하는 단지로 인해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집값을 올리려면 주거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리모델링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완공 15년이 지나면 가능하지만 재건축은 최소 20년 이상이어야 한다.

◆국토부 입장이 변수

신도시와 수도권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서두른다고 하더라도 속도를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전학수 범수도권 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장은 "현행 법에서는 아파트 세대 수를 늘릴 수 있는 증축이 제한되고 주민동의 절차가 복잡하게 돼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수직 · 수평 증축을 통해 제한적이더라도 면적이 늘어나지 않으면 조합원들의 자금부담이 너무 커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단체는 서울 · 수도권의 46개 단지가 활발한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위해 결성됐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이런 상황을 감안,지난 3월 '리모델링 관련 주택법 및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골자는 △리모델링 추진단지의 세대수,전체의 10% 이내 증가 허용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증축허용 면적 60%로 확대 등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리모델링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주택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부정적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증축을 허용할 경우 건물안전을 장담할 수 없고,층고가 높아지면 주거단지 고밀화는 물론 당초 계획된 스카이라인도 훼손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