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가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면서 기업들이 내야 하는 법인세가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회계법인들에 따르면 기계설비 등 고정자산이 많은 한국전력 KT 포스코 SK텔레콤 등 네 곳만 해도 더 내야 할 세금이 1조원에 육박하고 전체적으로는 2조~3조원에 이를것으로 추산되는 형편이다. 한마디로 '세금폭탄'이 아닐 수 없다. 실질적인 경제가치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데도 회계방식 변경 때문에 엄청난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것은 기업들엔 날벼락 같은 일이자 심각한 문제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은 IFRS가 기존 회계기준(K-GAPP)보다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세무상의 손비로 인정하는 부분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공제되는 몫이 줄어든 만큼 이익은 늘게 돼 법인세율(22%)이 낮아지지 않는 한 법인세 납부액은 당연히 큰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대한상의 등 재계와 세무학회는 물론, 정부 기관인 조세연구원조차 감가상각비의 손비인정 확대를 위한 신고조정 허용 등 보완대책 마련을 정부에 수차례 건의해왔다. 그런데도 세수증대가 급한 기획재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는 쪽으로 법인세법 개정안을 준비중이라고 하니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가장 우려된다. 정부가 추진해왔던 법인세율 인하가 이미 2012년으로 연기된 마당에 세금을 더 내게 된다면 기업들로선 투자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국내 기업들의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 신인도를 높임으로써 국제경쟁력을 키운다는 당초의 IFRS 도입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들의 고충을 최대한 고려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보완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제기준의 회계방식 적용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기업들의 세금부담을 갑자기 늘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온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정부의 재정 건전화를 위한 세수확대가 다급하더라도 IFRS가 증세의 방편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