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온스당 1200달러를 넘어선 후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무려 1260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UBS가 최근 전세계 중앙은행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향후 25년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단연 금이 꼽혔다.

금에 투자하기 위해 굳이 금을 직접 살 필요는 없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금을 사기 위해서는 최근 다양한 금융상품이 나와 있는 만큼 이들 상품을 통해서도 금 투자의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다만 금값이 하루에도 수십달러씩 널뛰기를 하는 등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분산 · 적립식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금 통장,금 펀드에 주목

금 통장은 통장에 현금이 아닌 금의 무게(단위 g)가 찍히는 상품이다. 마치 통장에 돈을 넣듯 금을 쌓아두는 셈이다. 현금을 불입하면 그날 시세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이 자동적으로 통장에 적립된다. 따라서 향후 금값이 변하더라도 통장에 찍힌 금의 양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금 가격이 상승하면 그만큼 현금으로 환산한 평가금액은 늘어나게 된다.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데다 인터넷 뱅킹을 하듯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다. 굳이 금을 실물로 찾지 않는다면 부가세를 낼 필요도 없다. 이자소득세가 붙지 않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금 투자는 국제 금 가격과 달러화를 기준으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즉 원화 가치가 상승(원 · 달러 환율 하락)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시중은행이 현재 판매 중인 금 통장은 신한은행의 '골드리슈',기업은행의 '윈 클래스 골드뱅킹',국민은행의 'KB골드투자통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2003년 은행권에서 최초로 출시됐던 '골드리슈'는 계좌 수가 작년 12월 말 7만4885개에서 6월 현재 8만4279개로 1만개가량 늘었다. '골드리슈' 수익률은 지난 1년간 23.36%(25일 기준)에 달했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금 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다만 금 펀드는 실물자산 펀드이기 때문에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KB자산운용의 'KB골드파생상품 클래스'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인덱스골드재간접투자신탁' 등이 있다. 금 선물과 금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며 변동성이 금 통장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금값이 하락할 때 손실 위험이 더 크다.

◆분산 · 적립식 투자로 리스크 줄여야

향후 금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서로 엇갈린다. 단기간 워낙 가파르게 금값이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실제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들어 매도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시세차익 실현을 위해 하루에 10만g을 팔아치우기도 한다. 그만큼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신한은행 '골드리슈'의 금 적립 잔액은 지난 4월 말 7936㎏에서 6월25일 현재 6153㎏으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아직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아직 유럽 재정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금값이 앞으로도 온스당 1300~1400달러까지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금이 대세'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면서 "다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한꺼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분산 · 적립식 투자가 보다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