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든 단타매매든 중요한 것은 투자 대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입니다. 자신이 투자하는 종목에서 실적은 얼마나 나오는 지,성장성은 어떤지 정도는 파악하는 것이 투자자의 올바른 자세죠.전문가의 조언은 투자 대상을 충분히 파악할 여건이 안될 때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

1999년 '스티브'라는 필명으로 온라인 투자컨설팅을 시작한 강동진 버크셔리치컨설팅 대표(사진 · 51)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화두를 이렇게 던졌다. 한국경제TV 증권고수로서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그가 전문가의 조언은 참고하는 데만 활용하라는 말부터 꺼내니 의외였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전문가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당장 수익이 날 종목을 찍어달라는 식의 즉흥적인 답변"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도 단기적으로 어떤 종목이 몇% 오른다고 쪽집게처럼 맞출 순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 대표는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건국대 산업공학과에서 석 ·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부터 1990년까지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한국형 경수로 설계를 맡았다. 미국 원자로설계업체인 컴부스천 리서치에서 한 · 미 표준원자로 공동개발에도 참여했다. 그는 원전 설계에서 원전에 이용되는 기계,전기 · 전자,유체 등 모든 공학 정보를 취합해 분석하고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했다.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도 자본시장의 흐름에 관심을 키워온 그는 특유의 정보분석능력을 바탕으로 인터넷 주식 토론방에 글을 올렸다. 1998년 외환위기 충격으로 코스피지수가 300선이 무너지고 투자자들이 패닉상태에 빠졌을 때에는 '지금이 바닥이다.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졌고 마침내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분석에 공학박사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온라인에서 이름을 알린 강 박사는 1999년 박창기 프락시스 대표와 증권정보사이트 '팍스넷'을 개설했고 온라인사업본부장을 맡았다. 2001~2003년 리딩투자증권 온라인 사업본부장을 거쳐 2003~2007년에는 SK증권에서 온라인 트레이딩 센터장을 지냈다. 2007년 한국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꿈꾸며 버크셔리치를 창업했다. 현재 버크셔리치를 투자자문사로 전환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강 대표는 시장에서 무엇이 주도주가 될 것인가를 연구할 때 '미국의 정치 사이클과 한국의 증시 사이클이 연동된다'는 명제부터 출발한다. 미국에서 공화당이 집권하면 정유 건설 철강 등 묵직한 산업들이 뜨고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정보기술(IT)과 바이오 등 첨단산업이 주도주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그는 "2001년 미국에서 공화당 소속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뒤 IT버블이 터지고 국제유가가 급등했지만 2009년 오바마 정부가 수립되자 유가가 떨어지고 실리콘밸리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공화당 정부 집권 시 한국에선 조선주와 건설주가 떴고 오바마 정부에선 IT주들이 뜨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대원칙 아래 그는 당분간 성장형 IT주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권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로 대표되는 대형 IT주들뿐 아니라 삼양사나 이오테크닉스와 같이 실적이 턴어라운드하고 있지만 아직 주가는 저평가상태에 있는 종목들도 눈여겨 보라는 조언이다.

금융주에서는 보수적인 은행주보다는 투자은행(IB)분야에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대형 증권주들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이나 삼성정밀화학 삼성SDI 등과 같이 IT 소재를 만드는 기업들도 향후 성장성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또 LG나 SK,삼성물산과 같이 우량한 자회사들을 보유한 지주회사들도 하반기에는 주가가 꾸준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표는 현재 한국경제TV의 아침 증권방송인 '출발증시특급'에서 8시5분부터 15분간 '강동진의 멘토 컨설팅'이라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방송을 위해 그는 새벽 4시반에 일어나 밤 사이 변화한 해외 증시와 각종 경제 지표를 분석하고 투자 모델을 조정한다. 방송이 끝난 후에는 한경TV의 증권정보사이트인 와우넷(wownet.co.kr)에서 장이 끝날 때까지 실시간 상담을 한다. 장 마감 후엔 그날 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모델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그는 자신의 투자 철학을 △지속적인 관찰 △시장 추세에 순응 △맹목적인 의존 금지 △독자적인 시스템 활용 △정보 취사선택 △적절한 레버리지 관리 등으로 정리했다. 강 박사는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주식투자에 중독되지 말 것'을 가장 중요한 투자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주식투자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마치 도박처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중독증을 보이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마음을 편하게 갖고 길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확률 높은 투자법"이라고 강조했다.

글=강현우/사진 허문찬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