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C등급이 낫지 않나요. "

시공능력 기준 300대 건설사와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도 평가에서 워크아웃 추진 대상인 C등급으로 판정받은 회사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호의적이다. 은행으로부터 채권 만기연장과 이자감면 혜택,신규자금 지원의 혜택을 받게 돼 회생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아슬아슬하게 B등급 판정을 받은 회사는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자금사정이 악화돼 생존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B등급을 받았던 건설사들이 무더기로 워크아웃 또는 퇴출됐던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지난해 B등급 무더기 법정관리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건설업계에서는 'B등급의 저주'가 화제가 됐다. 지난해 B등급 이상 판정을 받은 건설사들이 줄줄이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성원건설 신창건설 현진 등도 법정관리 기업으로 전락했고,풍성주택은 부도를 냈다.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부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에 발목이 잡혀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전락했다.

독자생존이 가능한 B등급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은행권에서 신규 자금 지원을 꺼리고 과도한 채권회수에 나서 오히려 C등급 건설사보다 자금사정이 악화됐다. A등급 중에서도 남양건설과 금광기업이 부도를 내면서 법정관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이번 평가에서도 모 건설사는 모기업의 지원결정에 따라,또다른 회사는 사전 구조조정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인정받아 막판 구조조정대상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시공능력 30위권에 속한 A사를 비롯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중견 건설사 3~4곳은 C등급 판정을 받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지만 오히려 채권단의 '보호'아래 회생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C등급을 받은 건설사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은 이미 한두 달 전부터 신규 자금 지원을 중단한 상태"라며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 채권 발행을 할 수 없지만 이미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 은행 등에 '채권 행사 유예'를 통보,해당 업체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금사정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기업 신뢰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을 통해 신속히 정상화되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구조조정 대상 아직 생존의 기로에

지난해 1 · 2차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건설사들의 상당수는 여전히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분양시장 침체 장기화로 미분양 물량 해소나 사업부지 매각이 제자리걸음인 데다 신규사업 수주도 어렵기 때문이다.

작년 1월 1차 구조조정에선 11곳이 C등급을,1곳이 D등급을 받았다. 3월 2차 구조조정에선 13곳이 C등급,4곳이 D등급 판정을 받았다.

1차 구조조정 건설사 가운데 대주건설은 가장 먼저 퇴출대상으로 지목되면서 금융권 지원이 끊겼다. C등급을 받은 기업 중에선 신일건업과 롯데기공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지만 삼능건설 대동종합건설은 자금사정이 더 나빠지면서 법정관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월드건설 등 나머지 건설사들도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지만 경영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신규 수주가 전혀 되지 않아 회사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2차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원건설 새롬성원산업 동산건설 기산종합건설 등이 D등급을 받아 퇴출됐다. C등급을 받은 태왕 송촌종합건설 영동건설 중도건설 등 4개사는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조성근/이심기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