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채권 처리에 구조조정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외환위기 직후 만들었던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 정리기금'과 같은 형태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캠코가 정부 보증을 받아 발행하게 된다. 사실상 공적자금인 셈이다.

물론 저축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시장가격에 근접한 수준에서 매입하는 것인 만큼 '자본 투입'과는 방법이 확연히 다르지만 저축은행에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것은 1998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저축은행 PF 채권 30% 이상 부실

금융당국이 이날 발표한 실태조사를 보면 저축은행의 부실은 예상보다 심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5월 중 서면 및 현장조사를 통해 91개 저축은행의 714개 PF 사업장을 모두 조사했다. 그 결과 671개 사업장에서 PF 대출 11조7000억원과 43개 사업장에서 유동화 PF 대출 8000억원 등 저축은행이 보유한 PF 대출 규모는 작년 말 기준으로 총 12조5000억원,연체율은 10.6%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사업성에 따라 이들 채권을 '정상''보통''악화 우려' 등 3등급으로 나눴다. 평가 결과 금액 기준으로 31.3%인 3조9000억원이 '악화 우려' 채권으로 나타났다.

사업장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의 40.5%인 289개가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됐다. 악화 우려 사업장은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있으면서 사업성이 미흡하거나 사업 추진이 곤란한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을 말한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곳은 금액으로는 26.5%(3조3000억원),사업장 수로는 24.8%(177개)에 불과했다. '보통'으로 평가받은 사업장은 금액 기준 26.5%(5조3000억원),사업장으로는 34.7%(248개)였다. 2008년 6월 실시했던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정상은 3조4000억원 감소한 반면 보통과 악화 우려는 각각 1조3000억원,2조4000억원 증가했다.

◆부실 우려 PF 채권 캠코에 매각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달 말까지 저축은행의 부실 자산을 구조조정기금과 캠코 자금을 활용해 분리 매입키로 했다. 이번 기회에 저축은행 부실을 모두 털고 가자는 취지에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몇몇 저축은행이 PF 대출 부실에 따른 타격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이로 인해 불안감이 팽배했다. 정부는 명확한 PF 대출 규모와 부실화된 금액이 공개되고 정부의 지원 규모가 확정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PF 부실 처리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인수해야 할 PF 부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캠코가 일반계정을 통해 1조7000억원 규모의 저축은행 PF 채권을 매입했음에도 좀처럼 부실 PF 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 캠코가 매입하는 저축은행 PF 채권은 법인채권 3조5000억원,개인 채권 3000억원 등 모두 3조8000억원 규모다. 매입에 실제 들어가는 돈은 구조조정기금에서 2조5000억원,캠코 고유계정에서 2500억원 등 총 2조7500억원이다.

◆저축은행 강도 높은 자구노력해야

캠코에 부실 PF 채권을 매각하는 63개 저축은행은 다음 달까지 금감원과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하고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이행해야 한다.

자구노력에는 △대주주 증자,후순위채권 발행 등 자본 확충 △우량 자산 및 계열사 매각,인수 · 합병(M&A) 등 구조조정 △연체 · 부실채권 회수 등 자산 건전성 제고 △조직 · 인력 구조개선 등 경영합리화 추진 △배당(이연 충당금 적립 완료 후 배당 가능) 및 지점 설치 제한 등이 포함된다. MOU는 2분기 이상 연속해 경영정상화 목표(BIS 비율 8%)를 달성하면 종료된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부실 재발을 막기 위해 PF 대출 사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PF 사업장별로 관리 번호를 부여하고 신규 PF 대출 취급 시 사전 보고를 받아 관리 번호 및 주간사를 지정할 계획이다. 신디케이트론의 경우 주간사 저축은행이 토지 매입률,공사 진행률,시공사 신용도 등 PF 사업 진행 상황을 사후 관리토록 할 방침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